1년여 만에 찾아 세부 결함 일일이 지적하며 “당 일꾼 구경만… 무책임” 
 노동신문은 전력 낭비 단위 공개 거론하며 “자기 단위 이익만 추구” 비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대화 공사가 진행 중인 평안북도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시찰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공사 결함을 지적한 뒤 "노동당 중앙위원회 일꾼들이 나와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김 위원장이 당 관계자들을 지도하는 모습.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최북단인 삼지연군에서 내려오며 ‘자력갱생 독려’ 행보 중인 것으로 보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년 2개월여 만에 다시 찾은 평안북도 의료기구 공장에서는 세부 결함을 일일이 지적하며 노동당 관계자들을 질책했다. “마감 공사까지 내가 직접 챙겨야 하냐”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김정은 동지께서 새로 개건하고 있는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현지지도 하셨다”며 수십여 개 대상의 신축ㆍ증설ㆍ개건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서 진척되고 있는 이 공장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봤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공장의 면모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며 기쁨을 드러내면서도 “세부적으로 보면 일부 결함들도 있다. 건축 시공을 설계와 공법의 요구대로 질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개건 현대화 상무(TF)에 동원된 당 중앙위원회 일꾼(간부)들과 설계 일꾼들이 제때에 당 중앙에 보고하고 마감 공사를 질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능공들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겠는데 가만히 앉아 구경이나 했다”며 “어째서 기능공 노력(勞力ㆍ노동력)을 추가 동원시키는 문제까지 내가 현지에 나와 직접 요해(파악)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게끔 일들을 무책임하게 하고 앉아있는가”라고 꾸짖었다.

김 위원장은 관계자들이 당의 의도에 맞지 않게 건설 사업을 만성적ㆍ실무적으로 대하고 있으며 당 중앙위 일꾼들이 자신과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심각히 비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외부 벽체 타일면의 평탄도가 보장되지 않고 미장면이 고르지 못하다고 질책하는 등 공사의 세부 결함을 일일이 지적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건설 기능이 높은 부대를 시급히 파견해 주겠다”며 부족한 점을 바로잡고 연말까지 ‘구실을 바로 하는 공장’으로 완공하라고 지시했다.

평북에 있는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에도 방문해 현대화 관련 각종 지적을 한 곳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공장이 ‘농기계 창고’나 ‘마구간’을 방불케 한다며 “보건 부문에서는 벌써 몇 해째 틀어박혀 동면하면서 빈 구호만 외치고 있다”, “중앙당 부서들부터가 당의 방침 집행에 대한 관점과 자세가 틀려먹었다” 같은 불만을 쏟아냈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군(軍)에 공장 건설을 맡기고 군수공장들이 설비 제작을 맡도록 하는가 하면 당 중앙위와 해당 부문 간부를 망라한 지도 소조 및 건설 상무를 꾸려 파견하는 등 지난해 시찰 이후에도 계속 이 공장에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찰에는 김여정ㆍ조용원 노동당 제1부부장과 리정남ㆍ홍영성ㆍ현송월ㆍ장성호 등 당 간부, 마원춘 국무위원회 설계국장 등이 수행했다. 다른 지역 간부로는 강봉훈 당 자강도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동행했는데 자강도에 밀집한 군수공장들이 공장 현대화에 참여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최근 금강산과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시찰에 잇달아 동행했던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는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뒤 각종 현지 시찰에서 자신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단위를 직설적으로 질책해오고 있다. 관영 매체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나라 살림살이를 먼저 생각하는 입장에 서자’에서 “일부 단위의 일꾼들은 아직까지도 나라 살림살이의 주인이라는 자각이 없이 전기 절약 사업을 소홀히 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신문은 함흥흄관공장이 ‘교차 생산(전력 수요가 몰리지 않도록 시간을 안배한 생산) 조직’을 짜고들지(빈틈없이 준비하지) 않아 해당 지역의 전력 관리에 지장을 줬다며 “자기 단위의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나라의 귀중한 전기를 망탕 낭비하는 것은 결코 스쳐 지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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