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건축가 8명이 가상의 건축주와 상황을 설정해 8인8색의 다양한 집을 설계했다. ‘99하우스’는 건축비 9,900만원으로 경제적 부담이 작고 세계적인 열풍인 작은 집 살기에 초점을 두고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김동희(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김성우, 김창균, 서경화, 정예랑, 이영재, 이성범, 오신욱 건축가가 설계한 30대 신혼부부의 집. 우드플래닛 제공

인구의 60%가 아파트에 사는 한국에서 집을 짓는다는 것은 고상한 취향을 가진 부자의 여유쯤으로 치부됐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요즘 집 짓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집 짓기가 공산품 같은 아파트에 반기를 든, 주체적인 삶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도심의 협소주택은 집을 경제적 가치로만 보지 않는 이들의 용기를 보여 준다.

시대변화로 ‘내 집 짓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건축 인허가, 시공사 선정 등 복잡한 건축 과정은 차치하더라도 건축주와 건축가가 함께 집을 짓자면 오해와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건축주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건축가가 읽어내 집으로 탄생시키는 과정이 순탄하다면야 ‘집 한 채 지으면 10년은 족히 늙는다’라는 표현은 애당초 없었을 것이다.

젊은 건축가 8명이 참여한 ’99하우스’ 프로젝트는 집을 매개로 벌어지는 건축주와 건축가 간의 오해의 간극과 지식의 격차를 좁히고자 하는 시도다. 젊은 건축가 8명은 가상의 동일한 건축주를 정하고, 대지의 크기와 형태, 예산 등 정해진 조건에 맞춰 각각 가상의 집을 설계하는 과정을 책으로 냈다. 예산을 9,900만원으로 정해 경제적 부담이 적게 집을 지을 가능성을 실험한다는 의미에서 ‘99하우스’라고 했다.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같은 조건에서도 건축가 저마다의 특색이 녹아 있는 8채가 완성됐다. 공예 디자이너와 게임 개발자로 일하는 30대 부부 건축주가 제시한 건축 조건은 이랬다. ‘신도시에 있는 232.50㎡(약70평)의 사다리꼴 땅에 부부 각자 취미 생활을 할 수 있게 지어 달라.’ 동일한 조건에도 단층집이거나 2층집, 한 채이거나 두 채, 중정이 있거나 마당이 있는 집, 건물 모양이 직사각형이거나 사다리꼴 등 어느 것 하나 비슷하지 않고 8채는 저마다의 얼굴을 갖는다. 물리적인 형태뿐 아니라 집에 담긴 의미도 각각 다르다. 건축가들은 서로 다른 둘이 합쳐져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각자의 취미와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는 데 의미를 더 많이 두기도 했다. 어떤 건축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집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오신욱(라움 건축) 건축가는 “건축가는 건축주의 생각을 먼저 듣고 그 생각들을 공간적으로 실현한다”며 “건축가를 만나는 것부터 집 짓기가 시작되지 않으면 보편적으로 지어진 집에 삶을 맞추어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99하우스

김은지 외 8명 지음

우드플래닛 발행ㆍ248쪽ㆍ1만3,000원

건축가 8명의 집에 대한 철학도 두루 살필 수 있다.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 건축가의 특이한 개성 표현이나 욕심은 그 다음이다”(김창균), “건축주가 꿈꾸고 원하던 공간에서 행복한 삶을 펼쳐 갈 때 만족도가 높다”(이성범)라는 말에서 건축가가 건축주의 경제력에 기대 예술적 욕망을 실현할 것이라는 편견과 오해가 사라진다.

4년 전 건축가 몇몇이 호기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8명이 동참해 완성된 ‘99하우스’ 프로젝트는 신혼부부의 집을 시작으로 1인가구, 4인가족, 노부부의 집 등 가장 일반적인 주거 형태를 설정해 총 4권의 책으로 발행될 계획이다. 최삼영 (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는 서문에서 “주택은 어떤 종류의 건축보다 진실하고 담백해야 한다”라며 “99하우스는 간소하지만 다양한 삶을 추적해 가며 담아내는 공간에 초점을 뒀다”고 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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