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구속되고 난 뒤 첫 주말인 26일 서울 여의도와 서초동에서는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4시쯤 국회 부근 여의대로에서 ‘제 11차 촛불문화제’를 열고 국회를 향해 검찰개혁 관련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이날 집회로 여의도공원 인접 여의대로 서울교 방향 8개 차선이 통제됐으며 약 76개 중대 4,000여명의 경찰력이 배치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여의도공원 11번 출입구부터 서울교 교차로 방향으로 약 700m 가량 구간을 가득 매웠다. 주최 측은 추산 인원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기로 했다.
앞서 대검찰청이 있는 서초동에서 조 전 장관 지지 및 검찰개혁 촉구 집회를 이끌었던 시민연대 측은 조 전 정관이 사퇴한 지난주부터 국회가 있는 여의도로 자리를 옮겨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날 집회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 이후 처음 열리는 것으로 검찰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앞선 집회들보다 더욱 거세졌다. 이날 주최 측은 “검찰이 스스로 할 수 없다면 국민의 힘으로 검찰을 바꿔야 한다”며 “국회는 즉각 주민들의 요구에 응답하라”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설치하라 공수처”, “내란음모 계엄령 특검” 등이 적힌 피켓과 함께 “응답하라 국회”라고 적힌 노란 풍선과 태극기를 들었다. 특히 이번 집회에서는 최근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을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추가됐다.
이 날 집회에 참석한 한승미(41)씨는 “검찰 개혁을 강력히 촉구하기 위해 네 번째로 집회에 참석했다”며 “여론 조사 결과를 봐도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여론이 우세한데 (국회는) 도대체 무엇을 망설이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민 이모(44)씨는 “조 전 장관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찰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 금천구에서 온 김종국(56)씨는 “야당에선 공수처가 ‘정적 제거용’ 기구가 될 것이라고 비판하지만, 이는 대선 이전부터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며 “검찰이라는 거대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공수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날 무대에 선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검찰은 정치검찰, 편파 검찰이며 특정 정치세력을 비호하는 최악의 집단으로 전락했다”며 “반드시 시민의 힘으로 검찰을 바로잡고, 공수처 설치를 완수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날 오후 4시에 진행된 촛불집회는 약 4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시위대는 오후 8시쯤부터 국회를 향해 행진했다.
같은 시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는 자유연대, 나라지킴이고교연합 등 보수 성향 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자유연대 측 집회에는 약 1,00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공수처 반대”, “문재인 퇴진”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집회에 참석한 장우진(25)씨는 “이번이 총 열번째 집회 참석”이라며 “공수처가 일견 ‘권력 견제 기구’처럼 보일지라도, 분명 얼마 가지 않아 정권에 놀아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 서초동에서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문화제가 열렸다. 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 회원들로 구성된 ‘북유게사람들’은 오후 6시쯤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부근에서 검찰 개혁, 공수처 설치 등을 요구하는 문화제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송혜진(35)씨는 “(정 교수를 향한 수사는) 한 사람의 인권을 파괴하다시피 한 과잉 수사였다”며 “구속 조치는 부당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시위대는 서초역에서 교대역 사이의 약 500m 가량의 도로를 가득 메웠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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