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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기만 열심히 해도 치매 34% 막을 수 있어요

입력
2019.10.29 05: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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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대부터 새로운 운동·취미 익혀야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중앙치매센터장) 인터뷰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를 완치할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를 완치할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치매가 이에 걸맞은 병이다. 65세 이상 가운데 치매 환자는 75만명으로 전체 고령인 10명 가운데 1명 꼴(10.16%)이고, 2024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중앙치매센터) 그런데 치매는 치료제로 진행 속도를 늦출 순 있지만 멈추진 못한다.

잇따른 치매 치료제 개발 실패로 신약 개발이 늦어지면서 치매 예방과 조기 진단이 더 중요해졌다. 다행히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되면서 치매안심센터 확충, 의료비 90% 건강보험 보장, 장기요양서비스 확대 등 환자와 가족 부담이 줄었다. ‘치매 치료 전문가’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중앙치매센터장)를 만났다. 김 교수는 “치매는 운동·식습관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도 34%나 줄어들기에 40~50대부터 예방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매의 발병 원인은.

“치매 가운데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가 가장 많고(71.5%), 혈관성 치매(16.8%)가 뒤를 잇는다.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뇌에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쌓여 엉겨 붙으면서 이 단백질이 뇌세포를 파괴해 인지능력이 떨어져 병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1907년 독일 신경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기억력 감퇴, 언어 장애, 기억 상실 등이 생긴 환자의 뇌 속에서 끈끈하게 엉킨 단백질 덩어리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신경세포에 쌓이면서 단백질 덩어리(플라크)가 만들어졌고, 여기서 생긴 독이 신경세포를 망가뜨린다는 가설이다. 베타아밀로이드는 모든 사람의 뇌에 존재하고 어떤 이유로든 이것이 뭉치면 알츠하이머병이 생긴다. 반면 혈관성 치매는 뇌의 혈액 순환 장애로 발생한다.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 우울증, 운동 부족, 스트레스가 주원인이다. 혈관이 좁아지거나 혈관에 지방이 쌓이면 뇌 조직이 점차 손상돼 치매가 생긴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단기기억장애가 가장 흔하다. 오래된 일은 잘 기억하지만 며칠 전이나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는 뇌에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발병 이전에 입력된 오래된 일은 잘 기억하지만 발병 후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물론 치매가 심해져 뇌가 많이 손상되면 오래 전 일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 흔한 증상은 언어장애다. 특히 적절한 단어가 얼른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거나 단어 대신 단어 의미를 장황히 설명하는 식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빨리 말하면 잘 알아듣지 못해 난청이 생긴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치매가 진행되면 말수가 크게 줄고 표현 자체가 단조롭고 문법적 완결성이 떨어지며 엉뚱한 단어를 말하기도 한다.

이 밖에 시간·공간 감각뿐만 아니라 판단력·문제해결능력도 떨어진다. 또한 충동적이고 공격성도 커진다. 고집이 세지고 융통성이 없어지면서 쉽게 흥분하거나 공격적인 언행을 보인다. 치매가 중기 이상이 되면 걸음이 느려지고 보폭이 좁아지며 몸이 구부정해지고 자주 넘어진다. 중증이 되면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고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게 된다.”

-가족 중에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면.

“65세가 넘으면 가까운 보건소에서 무료 치매 검진을 받는 게 좋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최근 기억력이 부쩍 떨어진다면 반드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치매가 의심되는 사람의 가족은 중앙치매센터가 에플리케이션(‘치매 체크’)으로 상태를 체크한 뒤 진단하는 것도 좋다. 치매 치료제가 만족스러운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지만 진행을 늦추고, 치매와 동반된 이상행동을 상당히 치료하므로 조기 진단해 적극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년이 돼 겪는 퇴행성 질환이 그렇듯이 완치는 아니라도 증상을 경감하고, 합병증을 예방하고, 진행을 늦추는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치매 치료에 대한 불필요한 무력감과 편견을 떨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핵심이다.”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크게 병력과 치매와 동반될 수 있는 정신·신경·신체기능에 대한 전문의의 문진과 진찰,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신경심리검사, 치매 원인을 판단하기 위한 혈액검사와 뇌영상검사로 이뤄진다. 이를 종합해 치매 여부, 원인질환, 중증도를 판정한다. 혈액검사에는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전신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와 함께 인지기능에 영향이 갑상선 호르몬이나 비타민 B 결핍 등을 확인한다. 또한 HIV나 매독 같이 치매를 일으킬 감염질환, 아포지단백 유전자형과 같이 치매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를 검사하기도 한다.”

-예방법은 없나.

“안타깝게도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하지만 혈관성 위험인자(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흡연 등)를 철저히 관리하고, 좋은 생활습관을 가지면 뇌 건강에 도움된다. 특히 1주일에 3일 이상, 30분 넘게 조깅·자전거·수영 같은 유산소운동을 권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어려우면 계단 오르기·걷기·마당 가꾸기 등을 매일 30분 이상 하면 좋다. 두뇌는 쓰지 않으면 쇠퇴하므로 새로운 것을 배우면 인지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스포츠·취미활동 등 무엇이든 괜찮다. 열심히 읽고 쓰기를 해도 치매를 막을 수 있다. 정제되지 않은 곡물과 함께 과일·채소를 충분히 먹으면 뇌 건강에 좋다. 생선과 견과류를 통해 몸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한다. 비타민 C는 신경을 손상하는 산화물질을 줄이고, 비타민 B군은 기억력 유지에 좋다. 콜레스테롤 관리도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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