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역도 경기장에서 6년 만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시상대에서 태극기를 휘날린 주인공은 한국 역도의 기대주 염다훈(20ㆍ한국체대)이었다.
염다훈은 25일 평양 청춘가역도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 유소년ㆍ주니어 역도선수권대회 주니어 남자 89㎏급에 출전해 인상 160㎏으로 3위, 용상 198㎏으로 1위, 합계 358㎏으로 1위를 달성해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차지했다. 염다훈은 대회 첫 한국의 합계 금메달을 따냄과 동시에 용상과 합계에서 주니어 아시아 신기록까지 경신하며 기쁨을 더했다.
합계만 시상식을 진행하는 대회 규칙에 따라 염다훈은 2013년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 역도선수권대회 이후 6년만에 평양에서 애국가를 울린 역도선수가 됐다. 지난 23일 대회 유소년 73㎏급에 출전한 박형오(17ㆍ경남체고)가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지만, 인상 부문에서만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는 없었다.
이날까지 치러진 대회 경기 중 가장 치열한 접전 끝에 얻은 금메달이기에 염다훈의 성과는 값졌다. 염다훈은 인상에서 한 때 아시아 주니어 기록을 세웠으나, 카자흐스탄의 누르기사 아딜레틀리(19)가 163㎏를 들며 인상 선두를 내줬다. 염다훈은 인상을 3위로 마쳤으나, 1위와의 격차는 3㎏에 불과했다. 인상 4위 북한 박금일(20)과의 격차도 2㎏로 작아 쫓기는 상황이었다.
인상에서 격차가 작았던 만큼 용상에서 극적인 역전극이 벌어졌다. 염다훈은 출전 선수 중 1차 시기 가장 무거운 190㎏를 들어올려 역전극의 서막을 알렸고, 북한의 박금일이 관중들의 응원 속에 용상 1차 시기 196㎏를 들어올리며 쫓아오자 3차시기 198kg을 힘차게 들어올리는 데 성공하며 용상·합계 아시아 주니어 기록을 갈아치우고 합계 1위에 등극했다.
염다훈은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 남자 역도 82.5㎏급 금메달리스트인 염동철 한국체대 교수(51)의 아들이기도 하다. ‘역도 부자’가 대를 이어 의미있는 금메달을 안았기에 성과는 더욱 빛났다.
유소년 남자 89㎏급에 출전한 방봉현(17ㆍ강원체고)은 인상 133㎏, 용상 158㎏, 합계 291㎏로 세 부문 모두 3위를 기록해 3개의 동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유소년 여자 76㎏급에 출전한 손아라(17ㆍ경남체고)와 주니어 여자 76㎏급에 출전한 이민지(20ㆍ울산광역시청)도 인상과 용상, 합계에서 모두 2위를 기록해 은메달 3개씩을 보탰다.
이날 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한국 선수들은 대회 초반과 달리 부담감을 덜고 주변 환경에도 적응해가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숙소뿐 아니라 관중석에서도 자연스레 선수들끼리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으며, 염다훈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때까지 박수 갈채를 건네고 목소리를 높여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평양=공동취재단ㆍ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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