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이인영(뒷모습)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대근 기자

2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자유 발언이 가능한 자리였지만 끝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관련한 ‘책임론’, ‘쇄신론’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조국 사태로 당의 가치가 상당히 훼손됐고, 더 이상 조 전 장관 이슈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자성론’만으로도 70분간 진행된 회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조국 사태를 지나오면서 이슈와 현안마다 조 전 장관 수호 목소리를 내거나 공개 발언을 자제해 온 민주당 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그 동안 쌓아두기만 한 심경들을 쏟아냈다. 대체로 ‘이제 조국을 놓고 민생에 집중하자’는 내용이었지만 이 가운데는 조국 사태를 통해 당의 가치가 훼손된 것을 반성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수의 참석자들 말을 종합하면 조응천 의원은 “조 전 장관을 지명한 뒤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공정과 정의, 기회의 평등’이라는 우리 당의 가치와 상치되는 이야기들이 계속 쏟아지는 상황이 계속돼 힘들었다”며 “많은 의원이 지옥을 맛봤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조 의원은 “조 전 장관이 그만뒀을 때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검찰개혁을 ‘제1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계속 밀어붙이다 보니 조 전 장관이 계속 소환돼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가 그 동안 그렇게 힘들었는데 왜 자꾸 조 전 장관을 소환해야 하느냐. 이제는 조 전 장관을 놔줘야 한다. 보내줘야 한다”는 취지로도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의원은 또 “조 전 장관 관련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재판도 계속될 텐데 내용이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예측 불가능하고 데미지가 있을 수 있다”며 “너무 낙관적인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현실을 냉정히 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제는 대입 문제를 이야기하고, 경제 현안을 돌보고 있는 만큼, “민생으로 돌아가자”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샴푸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쓰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어느새 중도층 민심을 잃은 당의 현주소를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관련한 이야기는 의외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선 공수처 이슈도 중요하지만 경제와 민생 이슈에 당이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공수처 설치가 당론이고 찬성 여론이 높다고는 하지만 실제 국민들의 우선 순위에서는 다를 수 있다. 내년 총선을 대비해야 한다면 민생과 경제를 챙겨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화두에 오른 건 최근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탄핵 정국 당시 군 계엄령 선포 논의에 관여했다는 의혹이었다고 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도종환 의원이 군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별도의 주제발표를 하면서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다수의 의원들이 동의를 표하면서 ‘군의 명백한 쿠데타 시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다만 이철희 의원은 당 입장에선 신중하게 살펴야 하는 문제라는 지적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다 조사하고 결론을 낸 문제인데 정치 쟁점화를 다시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기관의 조사도 있었던 사안을, 확실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집권 여당이 사실인양 확산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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