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또다시 미뤄질 게 거의 확실시되는 가운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간) 결국 ‘12월 조기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존 합의대로 오는 31일까지 EU를 떠나려 했던 모든 시도가 의회의 벽에 번번이 가로막히자 벼랑 끝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조기총선 실시를 위해선 하원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해 이마저도 의회 통과가 불확실하다. 꽉 막힌 브렉시트 정국 속에 영국 정치권이 다시 요동치는 모습이다.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브렉시트의 반복된 연기는 수백만명에게 불행”이라며 “이 악몽을 끝내고 최대한 빨리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밝혔다. 이어 “10월 31일 EU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현재로선) 11월 15일 또는 11월 30일로 단기 연기하는 방안을 선호한다”면서 자신이 EU와 맺은 새 브렉시트 합의안이 노동당 지지를 받아 의회에서 가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그러나 EU가 영국의 요청을 수용해 내년 1월 31일까지 브렉시트가 또 미뤄진다면 “12월 12일 조기 총선을 하원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곧 11월 6일 자정 직후 의회 해산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자신의 합의안이 의회에서 최종 부결된 뒤, 이른바 ‘노 딜(No Deal) 방지법’의 규정에 따라 마지못해 EU 측에 ‘브렉시트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했었다. 가디언은 존슨 총리의 조기 총선 제안을 전하면서 “10월 31일까지 죽기살기로 EU를 떠나겠다고 했던 약속을 포기해 버렸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조기 총선이 현실화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집권 보수당은 28일 조기총선 동의안을 상정할 계획인데, 영국의 고정임기의회법상 하원 전체 의석(650석)의 3분의 2(434명)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당이 기권 또는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로 노동당은 이미 “노 딜 브렉시트를 안 한다고 보장해야만 지지할 것”이라면서 존슨 총리의 조기 총선 시도를 두 차례나 무산시킨 전력도 있다. BBC는 “노동당이 공식 입장을 ‘기권’으로 정했고, 충분한 동의를 받을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보고들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EU 내부 논의도 변수다. EU는 25일 브렉시트 연기가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으나 존슨 총리의 조기 총선 제안이 변수로 등장함에 따라 연기 기간 결정은 다음주로 미뤘다. 28일 영국 의회의 총선 동의안 상정에 대한 결정을 지켜본 뒤 연기 기간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를 미루려면 영국 이외 EU 회원국(27개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데, 대부분은 영국이 요청한 3개월 연기에 찬성 입장이지만 프랑스는 ‘2주 이내 단기 연장만 가능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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