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2019 여성공학박사 국제워크숍’ 강연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 25일 서울대 공대에서 열린 ‘2019 여성공학박사 국제워크숍’ 특별강연에서 “공학계의 여성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대 공대 전체 교수 중 여교수 비율이 3%에 그친 점을 지적하며 “여성 교수가 많아져야 학생들이 ‘여성도 저런 일을 할 수 있구나’하는 큰 꿈을 품을 수 있고, 그래야 학계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교육부가 ‘국공립대 여성 교원 비율을 25%까지 상향하라’고 권고한 것에 대해서는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대 자연대 생명과학부 교수인 노 이사장은 지난해 한국연구재단의 첫 여성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서울대 개교 이래 여성 교수로서 최초로 연구처장 보직을 맡은 국내 대표 여성공학자다.
노 이사장은 강연 뒤 언론 간담회에서도 후속세대에게 좋은 자극을 줄 수 있는 여성 교수 채용확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홍콩이나 대만의 공과대학 여성 교수 비율은 30%에 달하는데 국내 공학계는 그 비율이 4~5% 정도에 그친다”며 “더 많은 여성들이 학계에서 오래 머물고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해선 “남성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노 이사장은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며 겪는 가장 큰 문제가 ‘출산과 육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인데, 가족 공동체의 동등한 일원으로서 남성이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며 박사학위를 받은 노 이사장은 후배 여성 연구자들을 향해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파산할 때까지 돈을 쓰더라도 육아를 지원해줄 사람을 구해야 한다”며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제한하지 말고, 스스로 시간을 만들어 언제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라”고 말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누구나 육아 걱정 없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인프라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노 이사장은 “외국은 한 캠퍼스 내에 어린이집이 4군데 있는 경우도 있다”며 “우리도 캠퍼스 내 보육지원센터가 지금보다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한국연구재단부터 여성 과학자 양성을 위해 힘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여성들이 더욱 활발하게 연구과제를 수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 주최로 지난 24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이번 워크숍엔 일본 도쿄대와 싱가포르 국립대, 중국 칭화대 등 아시아 주요 7개 대학의 공대 학장단과 여성 교수 등 150여 명이 참가했다. 취업 박람회 형식으로 여성공학자 대상 채용 인터뷰도 진행되고 있다.
노 이사장은 “전 세계의 전도유망한 여성 공학인을 만날 수 있는 신선한 자리”라며 “우리 학생들에게 굉장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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