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단계에서 전관예우가 훨씬 심각하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검찰 단계는 공개적인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전화 한 통화로 구속영장 청구되지 않게 해 주고, 아니면 본인이 원하는 특정 검사한테 배당을 하게 해 주고 수천 만원을 받는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인 이탄희 변호사가 22일 한 방송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대검이 즉각 반박했다. 실제 그런 사례가 있다면 검찰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심각한 사안이므로 명확히 그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 2010년 신한금융 1인자가 2인자를 횡령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통상 고소 사건은 1차장검사가 형사부에 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범죄 인지 부서인 금융조세조사3부에 배정됐고, 검사 전원이 투입돼 4개월 간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신한 2인자를 기소했으나 6년여 재판 끝에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통상 고소 사건은 1차장검사가 배당하는데 이 사건은 이미 배당돼 있었다. 지검장이 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1차장검사의 증언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신한 1인자와 동향으로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 특수부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는 개업 후 연 소득이 100억원에 달했다. 후배 검사에게 전화해 수사 확대 방지, 무혐의 처분 등을 이끌어 낸 대가로 건당 수억 원을 챙겼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의정부지검에 근무하던 2017년 무렵, 모 부장이 자기 친구 사건을 ‘중앙지검 조사부에 배당되도록 손써놨다’고 스스럼없이 말해 당황했다”며 “선수들끼리 다 아는 처지에 대검이 발끈했다는 말에 실소가 나온다”고 했다.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는 최근 방송에서 자신의 스폰서와 국회의원,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봐주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 검사들의 행태를 고백했다.
□ 검찰의 무소불위 수사권과 전관예우의 먹이사슬이 작동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의혹은 넘쳐도 자기 정화 노력은 미흡하다. 검찰은 전관예우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받아들인 적이 한 번도 없다. 법무검찰개혁위는 검찰 지휘부가 지나친 재량으로 전관 변호사에게 ‘배당 예우’를 해주지 않도록 임의 배당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법무부는 31일 검찰 전관예우 방지 대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이 자리에 참석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반응이 궁금하다. 대검 반박문이 또 나오려나.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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