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키움 내야수 송성문(23)이다. 1차전 도중 더그아웃에서 두산 선수들을 향해 막말하는 장면이 2차전을 앞두고 한 인터넷 매체 영상을 통해 공개되며 야구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통상 상대 선수를 자극하는 ‘트래시 토크’는 신경전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영상에 담긴 송성문의 언행은 정도를 넘었다. 선수들이 민감할 수 있는 부상 이력을 두고 “팔꿈치 인대 나갔다”, “햄스트링 재활”, “최신식 자동문”이라고 표현하며 상대를 조롱했다.
두산 팬들은 분노했고, 키움 팬들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후폭풍이 커지자 송성문은 2차전에 앞서 “KBO리그를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 죄송하다”고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그를 향한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경기 중 송성문이 타석에 설 때마다 관중은 야유를 보냈다.
포스트시즌 기간 특정 선수가 상대 팀 팬들에게 야유를 받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지난해 가을 야구에서는 SK 내야수 김성현(32)이 플레이오프 때 넥센(현 키움) 팬들로부터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다. 김성현은 2차전 당시 거친 태클로 주루 플레이를 했던 상대 외국인 선수 제리 샌즈에게 손가락 욕을 했다.
수 많은 어린이 팬들이 지켜보고, 공중파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경기에서 적절하지 못한 행동을 한 김성현은 KBO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본인도 “순간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상대 팬들의 야유를 피하지 못했지만 김성현은 그라운드에서 냉정함을 유지했다. 플레이오프 5경기 동안 타율 0.385(13타수 5안타) 1홈런 3타점으로 활약했다.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도 5차전 최우수선수(MVP), 6차전 멀티히트(1경기 2안타 이상)로 SK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1년 전 김성현처럼 송성문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공식 사과 후 평소처럼 훈련을 소화했고, 2차전에 선발 출전해 맹타를 휘둘렀다. 상대 팬들의 야유에도 2회초 첫 타석부터 3루타로 포문을 연 송성문은 6회초에 1타점 적시타를 치고 당당하게 키움의 ‘K’를 상징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멀티히트로 ‘가을 악몽’을 지우는 듯했던 송성문은 팀이 5-2로 앞선 8회초에 찬물을 끼얹었다. 무사 1루에서 보내기 번트에 실패하고 병살타로 물러났다. 추가점을 뽑지 못한 키움은 결국 9회말에 믿기 힘든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2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에 팀도, 송성문도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 후 군 복무 예정인 송성문의 올 가을이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될지, ‘잔혹 동화’로 끝날지, 남은 한국시리즈의 최대 관심사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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