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물가상승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이 3개월 연속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며 이달 1.7%로 떨어졌다. 통상 실제 물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2%를 지속적으로 밑돌면서, 이른바 ‘디플레이션 심리’(가격 추가 인하를 기대하며 소비를 늦춤)가 강화돼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이 25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석 달째 하락하며 전월(1.8%)보다 0.1%포인트 낮은 1.7%로 집계됐다. 소비자가 체감한 최근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나타내는 물가인식 지수 역시 전월 1.9%에서 1.8%로 3개월째 내렸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 9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생활물가도 농산물 등을 중심으로 하락세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지표 물가가 계속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체감물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2.0%로 2002년 2월 통계 공표 개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부터 한은 물가관리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다. 보다 시계를 넓히면 이 수치는 지난해 8월 2.7%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로, 이 기간 중 수치가 반등한 달은 지난해 4월(2.2%, 전월 대비 +0.1%포인트)뿐이다.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가 인플레이션율, 정확히 말해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율을 관리하며 경제 활력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인 만큼, 기대인플레이션율의 가파른 내림세는 가벼이 볼 현상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저성장과 저물가가 겹치며 경제 활력을 잠식하는 디플레이션 도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일러도 이달까진 마이너스가 확실시되고 내년에도 1%대에 머물 것으로 보여 소비자들의 물가 체감도가 크게 높아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당분간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우리 경제의 성장 여건과 맞물려 민간소비가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편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1.7포인트 오른 98.6을 기록하며 두 달째 상승했다. 다만 지수값은 여전히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는데, 이는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낙관적으로 보는 이들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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