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쪽방상담소에서 해피빈을 통해 받은 후원으로 쪽방촌 사람들과 함께 참여한 '서울달리기대회'. 창신동쪽방상담소 제공

한희선씨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에서 살고 있다. 젊었을 땐 목수로 일하며 돈을 벌어 부족함 없이 살았지만, 나이 예순이 넘어가자 일을 맡기는 곳이 없었다. 생계를 위해 일용직을 마다하지 않고 일했지만 경제사정은 나아지지 않았고, 자신에게 일을 배운 후배들에게 일감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자 자존감마저 바닥을 쳤다. 결핵을 앓으면서 생긴 합병증으로 장애등급까지 받았다. 그렇게 주머니가 텅 빈 상태로 겨울을 맞은 한씨의 보금자리는 창신동 쪽방촌 한 구석으로 밀려났다.

한씨가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 시작한 건 서울시립 창신동쪽방상담소에서 달리기를 권하면서다. 상담소 측은 지난해 무기력에 빠진 쪽방촌 사람들을 위해 ‘희망 달리기’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달리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과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1평 남짓의 작은 방에서 생활하는 쪽방촌 주민들은 땀을 흘린 뒤 씻을 수 있는 환경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고, 참가비가 필요한 마라톤 대회 출전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이에 상담소가 선택한 방법은 네이버에서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기부 플랫폼, ‘해피빈’이었다.

‘희망을 응원합니다.’ 네이버 해피빈에 오른 쪽방촌 사연에 총 367명이 정성을 보탰다. 100원을 기부한 사람부터 3만원 이상을 한꺼번에 기부한 사람들까지, 총 56만3,200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비록 목표했던 300만원에는 미치지 못한 금액이었지만, 360여명의 응원과 정성은 한씨를 비롯한 쪽방촌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용기가 됐다. 한씨는 모금된 금액으로 4㎞ 마라톤 대회에 두 번이나 출전했고, ‘서울 달리기 대회’에서는 10㎞를 56분의 기록으로 완주하기도 했다. 한씨와 쪽방촌 주민들은 “걷는 법은 어려서 배웠지만, 잊고 지냈던 뛰는 법은 이곳에서 배웠다”며 기부자들에게 특별히 고마워했다.

네이버 해피빈 메인 화면. 다양한 분야와 방식으로 기부할 수 있다. 홈페이지 캡처

2005년 처음 문을 연 네이버 해피빈은 기부자와 공익단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기부와 펀딩, 공감가게 등 다양한 이야기와 이에 공감한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이 만난다. 15년간 해피빈에 기부된 금액은 누적 1,000억원을 넘어섰으며, 누적 기부자 수는 1,000만명 이상, 지원한 공익 단체는 6,000여곳에 달한다. 네이버페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정기 기부 활성화를 위한 ‘정기 저금’ 시스템이 도입되는 등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기부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최근 5년간 해피빈 기부 모금액 중 사용자 참여가 35%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루 약 3,000만명이 이용하는 네이버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인 만큼, 해피빈은 재난재해 시 긴급하게 모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좋은 창구가 된다. 올해 초 강원 지역 산불 당시 기부자 6만여명이 10억원이 넘는 금액을 모금했고, 2015년 네팔 강진 당시 긴급구호 결제기금은 4억원,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재난 구호 금액으로 5억7,000만원가량이 단기간 내 모금됐다. 네이버 측은 “기부자들의 기부금은 수수료 없이 100% 해당 공익단체에 전달되며, 후기와 진행 상황 등이 활발하게 공유되면서 투명하게 집행된다”고 설명했다.

해피빈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우 유준상씨의 태극기 국기함 펀딩. 현재 후원금액 약 15억8,300억원으로 목표액(815만원)을 2만% 초과 달성했다. 네이버 해피빈 캡처

최근 MBC의 ‘같이펀딩’ 방송을 통해 더욱 유명해진 ‘펀딩’도 해피빈에서 지원하고 있는 서비스 중 하나다. 펀딩은 사회적 기업이나 창작자, 소상공인들이 자신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그들의 아이디어에 가치를 느낀 사람들이 일정 금액을 후원해주는 시스템이다. 해피빈에서는 5년간 50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33만명의 이용자가 참여해 100억원이 넘는 후원금이 쌓였다.

펀딩 주체는 스포츠 스타부터 작가, 사회적기업과 소상공인까지 다양하며, 주제도 식품부터 생활용품, 액세서리, 음악, 재능기부까지 다룬다. 특히 배우 유준상씨가 참여해 제작한 태극기 국기함은 해피빈을 통해 현재까지 총 15억8,300만원이 모금됐는데, 이는 초반 목표치(815만원) 대비 1만9,422%를 달성한 엄청난 수치다. 수익금 전액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기부되며, 네이버 해피빈도 1차 수량 5,000개에 대한 배송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수익금 기부에 참여하기로 했다.

2017년부터는 해피빈의 ‘공감가게 프로젝트’가 새로 시작됐다. 사회적 기업이 온라인에 창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발달장애 직원을 고용해 직접 수확한 작물로 비누를 제작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동구밭’은 해피빈을 통해 펀딩을 받은 뒤 이를 기반으로 공감가게에까지 입점했다. 안정적인 판매 플랫폼이 생기자 매출은 5배나 훌쩍 뛰었고, 1명이었던 발달장애 사원은 21명으로 늘어났다. 네이버는 공감가게 프로젝트를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 창출과 기업 참여 유도 확대 등의 효과가 실제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인혁 네이버 해피빈 재단 대표는 “앞으로도 해피빈은 공익 현장의 변화와 필요를 빠르게 발견하고, 다양한 주체들의 공익 활동이 비즈니스로 연결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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