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에 종균을 더해 따뜻하게 두기만 해도 요구르트가 완성되지만, 요구르트는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식재료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몇 달 전 이사하며 10년 가까이 써온 요구르트 제조기를 버렸다. 말이 좋아서 쓴 것이지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모시고 살았다. 무엇이든 조리 도구를 살 때는 ‘열심히 만들어 먹어야지’라고 희망에 부풀게 마련이지만 곧 환상은 깨지고 현실의 냉혹함이 엄습한다. 우유에 종균을 더해 따뜻하게 두는 것만으로 요구르트를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제조기도 따뜻하게 유지하는 기능이 전부이다. 따라서 현실이 엄청나게 냉혹할 것 같지 않지만 자잘하게 사람의 의욕을 떨어트리는 일이 벌어진다. 너무 시어지다 못해 쓴맛이 난다거나 아니면 몽글몽글해지지 않고 언제까지나 줄줄 흘러내린다. 결국 못마땅한 가운데 그래도 품질은 균일한 기성품에 기대게 되는데, 요구르트를 그냥 먹기가 즐겁지 않다면 다른 가능성을 찾아 보는 건 어떨까?

일단 버터밀크의 대체품으로서 요구르트를 고려할 수 있다. 그런데 버터밀크란 무엇이며 과연 우리에게 필요는 한 식재료인가? 우유의 가공이란 주로 단백질과 지방을 추출하는 과정이므로 부산물로 액체가 남는다. 발효를 거쳐 치즈를 만들면 노랗고 묽은 유청(whey)이, 원심력을 이용해 지방을 분리하면 희고 걸쭉한 버터밀크(buttermilk)가 남는다. 요즘은 버터의 부산물을 쓰지 않고 아예 우유를 걸쭉하게 발효시켜 만드는데, 산성이므로 음식에 신맛을 깃들이기도 하지만 베이킹 소다와 반응하면 이산화탄소를 발생해 반죽을 부풀려 준다. 따라서 팬케이크나 비스킷 같은 즉석빵(퀵브레드)류에 주로 쓰인다.

비스킷을 만들 때 버터밀크 대신 요구르트를 넣어도 부드러운 맛이 난다. 게티이미지뱅크

버터밀크가 빠지면 이런 즉석빵류의 ‘제 맛’이 안 나는데, 자주 쓸 경우 분유처럼 물을 더해 환원시킬 수 있는 가루 제품을 직구 사이트에서 사면 그만이고 아니라면 요구르트에 물을 더해 흉내를 낸다. 무가당 요구르트가 걸쭉하면서도 흐를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물이나 우유를 더해 섞어주는데, 국산 요구르트 가운데는 묽은 제품이 유난히 많으니 물을 조금만 섞어도 충분하다. 제품의 태생적인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이다.

 ◇요구르트 활용 요리 

제과제빵에 관심이 없으니 비스킷이나 팬케이크는 남의 일이라는 이들에게는 ‘차지키(Tzatziki)’가 있다. 차지키는 요구르트 바탕의 소스로 그리스나 터키, 발칸 반도에서 고기에 주로 곁들인다. 

요구르트 바탕의 소스인 차지키는 그리스나 터키 등에서 고기에 주로 곁들인다. 게티이미지뱅크
 △차지키 소스 

오이 중간 크기 1개, 껍질 벗겨 반으로 가르고 씨를 발라낸다

요구르트(*) 250ml

올리브기름 2큰술

민트 또는 딜 이파리, 곱게 다져 2큰술

마늘 1쪽, 다지거나 간다

소금 약간

*특히 국산 제품은 물기가 많으므로 웬만하면 그릭 요구르트(아래 참조)를 쓴다. 그릭 요구르트가 없다면 품을 좀 팔아서 만들어 쓸 수도 있다. 체에 만두소를 짤 때 쓰는 삼베천 등을 두 겹으로 깔고 냄비 등 물기를 담을 그릇을 받친 뒤 일반 요구르트를 붓고 랩을 씌워 12시간 동안 둔다. 물기가 빠지고 요구르트가 한층 더 걸쭉해질 것이다. 어떤 요구르트로도 만들 수 있지만 젤라틴 등 증점제를 첨가했다면 수분 배출을 막을 테니 살 때 원료 목록을 확인한다. 

1. 오이를 강판에 굵게 간다. 오이는 원래 물기가 많은 채소이지만 지나치게 많을 경우 차지키가 묽어질 수 있으므로 웬만하면 간 뒤 물기를 한 번 짜낸다. 

2. 요구르트와 올리브기름, 허브 등 나머지 재료를 중간 크기 볼에 담아 잘 섞는다. 오이를 더하고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볼에 플라스틱 랩을 씌워 1시간 냉장고에 맛이 어우러지도록 두었다가 먹는다. 이틀 동안 냉장고에 두고 먹을 수 있다. 양고기와 특히 잘 어울린다. 

인도 요리인 탄두리 치킨은 요구르트에 닭고기를 담가 부드럽게 한 뒤에 요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탄두르는 바닥에 숯불을 피워 공간을 데우고 식재료를 매달거나 내부의 벽에 붙여 익히는 토기 화덕이다. 말하자면 항아리에 불을 피워 오븐처럼 쓰는 형국인데 최대 480℃ 수준으로 높이 올라간 온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닭이나 난을 구워 먹겠다고 탄두르를 집에 들여 놓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항아리를 사다가 불을 붙이면 더 위험할 수 있다. 대신 욕심을 크게 부리지 않고 오븐으로 적당하게 모사하겠다고만 생각하면 꽤 근접한 닭구이를 먹을 수 있다. 원래 탄두리 치킨은 요구르트에 24시간씩 담가 둠으로써 산이 닭고기의 단백질을 분해해 부드러워지는 효과를 얻는데, 대체로 요즘 닭은 어려서 질기지 않으므로 굳이 그 만큼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너무 오래 재워 두면 고기가 너덜너덜해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탄두리 치킨 

식용유 2큰술

중간 크기 마늘 6쪽, 곱게 다지거나 간다

갓 갈아낸 생강 2큰술

가람 마살라(*) 1큰술

커민 가루 1큰술

고춧가루 2큰술

요구르트 1컵 (일반, 저지방 제품 모두 쓸 수 있다)

라임즙 4큰술 (2개분)

라임 1개, 쐐기 모양으로 썬다

닭고기 1.5㎏ (가슴살, 다릿살, 봉 등 부피가 큰 부위면 모두 가능하다), 비계나 껍질은 아예 떼어내도 좋다.

꽃소금 2큰술

*가람 마살라(Garam Marsala)는 인도, 파키스탄을 포함하는 인도 대륙의 매운 양념이다(‘가람’이 맵다는 의미). 백화점 식품 코너나 인터넷 오픈 마켓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없다면 카르다몸 가루 ¼작은술, 계피가루 ¼작은술, 후춧가루 ½가루를 섞어 대체할 수 있다. 

탄두리 치킨은 인도식 소스인 ‘처트니’와 곁들여 먹는다. 게티이미지뱅크

1. 작은 팬을 중불에 올리고 두른 기름이 반짝일 때까지 달군다. 마늘과 생강을 더해 1분가량 볶는다. 가람 마살라, 커민, 고춧가루를 더해 지용성인 향 화합물이 불과 기름에 살아나 좋은 냄새가 피어 오를 때까지 30~60초 더 볶는다. 절반은 중간 크기 볼에 담아 요구르트와 라임즙 2큰술을 더해 잘 섞는다.

2. 큰 볼에 남은 마늘 및 향신료와 라임즙 2큰술, 소금을 더해 잘 섞는다. 잘 드는 칼로 닭에 0.3㎝ 깊이의 칼금을 2.5㎝ 간격으로 넣는다. 닭가슴살이 다른 부위보다 크다면 반으로 가른다. 칼집을 넣은 닭을 볼에 담아 마늘, 향신료, 라임즙, 소금에 잘 버무려 30분 재워 둔다. 

3. 그 사이 오븐을 160℃(대류 오븐일 경우 10도 낮춘다)로 예열한다. 요구르트를 재운 닭에 끼얹은 뒤 잘 섞어 두툼한 막을 입힌 뒤 오븐팬에 칼금 넣은 쪽이 밑으로 가도록 올린다. 팬에 식힘망을 얹고 그 위에 닭을 올리면 좀 더 잘 구워진다. 닭에 입히고 남은 요구르트는 버리고 가슴살이 52℃, 다리와 봉이 54℃에 이를 때까지 굽는다. 오븐에 조리하는 식재료의 내부 온도를 파악할 수 있는 탐침 온도계를 쓰면 과조리 걱정에 가슴 졸이며 기다릴 필요가 없어 편하다. 탐침이 철사에 연결되어 있어 식재료에 꽂아 놓고 오븐 밖에서 온도를 측정할 수 있다. 

4. 브로일러가 있다면 지져 마무리함으로써 진짜 탄두르에 구운 듯한 효과와 불 맛을 얻을 수 있다. 레시피에 따라 내부 온도가 올라간 닭을 꺼낸 뒤 오븐의 브로일러를 10분동안 예열한다. 예열이 다 되면 칼금을 넣은 쪽이 위로 가도록 뒤집어 가슴살이 74℃, 다리와 봉이 79℃에 이를 때까지 지진다. 브로일러가 없다면 오븐이 낼 수 있는 최대 온도(대체로 250℃)까지 예열해 같은 내부 온도에 오를 때까지 굽는다. 

탄두리 치킨은 인도식 소스인 ‘처트니(Chutney)’를 곁들여 먹는다. 과일을 끓여 만든 처트니는 잼이나 콩포트와 비슷한데, 이제 제철인 사과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한다. 

 △즉석 사과 생강 처트니 

식용유 1큰술

양파 작은 것 1개, 깍둑 썬다

사과 2개, 껍질 벗기고 씨를 발라 깍둑 썬다 

갓 갈아낸 생강 1큰술

고춧가루 ⅛작은술

흑설탕 50g

사과 식초 50ml

물 150ml 

팬에 기름을 두르고 센불에 올려 달군 뒤 양파와 사과를 더해 부드럽고 노릇해질 때까지 10분 가량 볶는다. 생강과 고춧가루를 더해 1분 더 볶은 뒤 흑설탕과 식초, 물을 더해 걸쭉하게 졸아들 때까지 5분 가량 끓인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사과는 돼지고기와 잘 어울리므로 포크찹 등과도 잘 어울린다. 

걸쭉하고 밀도가 높은 그릭 요구르트 대신 마스카포네 치즈를 활용해도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릭 요구르트 대안, 프로마쥬 블랑ㆍ마스카포네 치즈 

매대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그릭, 즉 그리스식 요구르트는 일반 제품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리스에서만 만든다거나 특별한 비법을 자랑하는 건 아니고, 일반 요구르트에서 유청을 한번 더 걸러낸 제품이다. 결국 수분이 더 빠지는 셈이니 일반 요구르트에 비해 훨씬 더 걸쭉하며 밀도가 높다. 요구르트를 만드는 핵심 과정은 발효, 즉 화학적 변화이지만 유청을 걸러내는 과정은 물리적인 변화이므로 심지어 무지방 요구르트조차도 걸쭉하고 뻑뻑하게 만들 수 있으니, 일반 요구트를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한 저지방 고단백 음식으로 대중화 되었다. 

말하자면 유행을 타는 셈인데, 그렇다 보니 ‘짝퉁’도 많다. 유제품, 특히 요구르트는 원유와 유산균의 단 두 가지 원료 만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일반 제품에서 수분을 더 빼야만 하니 결국 같은 원유로 만들 수 있는 양이 더 줄어드는 셈이니 수지타산이 안 맞을 수 있다. 따라서 제조업체에서는 원유와 유산균 두 원료 외의 첨가물을 다양하게 써 그릭 요구르트의 질감과 밀도를 최대한 모사한다. 당장 인터넷에서 검색해 맨 처음에 나오는 제품의 원료 목록을 확인해보자. 원유와 유산균 외에도 치즈플레인시럽, 농축우유단백 분말, 레몬 농축 과즙, 변성 전분 등으로 그릭 요구르트 특유의 신맛 및 질감을 흉내 내고 있다. 이런 제품이 대체로 ‘우유보다 단백질 2배’처럼 의미 없는 홍보 문구를 붙여 팔리고 있다. 

일반 요구르트보다 수분을 더 빼는 그릭 요구르트는 걸쭉하고 밀도가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대량생산 제품이라면 첨가물을 좀 넣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 넘어 갈 수는 있지만, 사실 진짜 문제는 이렇게 온갖 것들을 써서 얻은 질감이 외국에서 먹을 수 있는 일반 요구르트의 그것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앞에서도 언급했듯 거의 의무적으로 넣는 설탕이 걸리기는 그릭 요구르트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수입품을 찾자니 맛은 보장해주지만 100g에 2,500원 꼴로 같은 양에 600~700원 수준인 국산에 비해 가격 차이가 꽤 크다. 이런 정황을 감안해 그릭 요구르트의 대안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 프로마쥬 블랑과 마스카포네 치즈인데, 둘 다 숙성이 거의 혹은 전혀 되지 않은 농축유제품으로 그릭 요구르트에 비해 풍성함과 매끄러움이 더 돋보이고 대중화 또한 더 많이 되어 사기도 쉽다. 백화점이나 마트 뿐만 아니라 인터넷 전문 판매점의 마감 임박 할인 등을 적극 활용하면 풍성함과 매끄러움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음식평론가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프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