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기자협회 간담회…“남성보다 내가 더 대단해, 자신감을 가져야”
“남성, 여성을 성적인 이슈로 모욕하고 후려쳐” 지적도
성평등 선진국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언론인 프랑수아즈 라보르드(66)는 24일 “프랑스 역시 갈 길이 멀다”는 단호한 말로 운을 뗐다. 프랑스 역시 여성은 절대 받아주지 않는 끈끈한 ‘남성문화’가 존재하고, 그 틈바구니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단지 용인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프랑수아즈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여기자협회와 간담회를 갖고 사회에 존재하는 성차별을 유리천장이 아닌 ‘대나무 천장(Bamboo Ceiling)’에 비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1979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한 그는 “당시 여성들은 하이힐을 신은 작고 연약한 존재였기 때문에 ‘종군기자’는 꿈도 꾸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 부단히 노력했고, 결국 승리를 얻었지만 한편으론 안타까웠다”고 했다. 종군기자에 대한 처우가 나빠져 남성 기자들이 이를 기피하는 현상과 맞물려서야 여성들의 전장 파견은 비로소 이뤄졌다. 때문에 막상 종군기자가 됐어도 여성들이 얻을 수 있는 보수는 남성들에 비해 현저했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 마디로 이뤄진 대나무처럼 천장을 깼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또 다른 천장이 층층이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들의 사회적인 성취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보다는 깎아 내리는 현상도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MC가 KBS 여성 기자를 거론하며 “검사와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고 성희롱 발언을 해 문제가 된 바 있다. 프랑수아즈는 “저도 특종 기사를 썼을 때 취재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 정보를 얻어냈냐는 질문을 받는다”면서 “그럴 땐 ‘맞다, 그 사람과 자서 얻었다’고 맞받아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 하는 이유는 능력 있는 여기자에 대한 질투심”이라며 “남성들 역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동원해 목적을 이루려고 하면서 여성을 말도 안 되게 비난하고 후려치려는 행동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랑수아즈는 또 “남성들은 여성들을 주로 성적인 이슈와 결부해 모욕감을 주려고 한다”며 “이는 여성들이 위축될 일이 아니라 그런 측면에만 집착하는 남성들이 이상하다고 말해줘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여성을 향해 “자신감을 갖고 남성보다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영리하게 머리를 잘 써서 전략적으로 싸우라”고 당부했다. 싸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때로는 ‘아부’를 비롯한 회유를 통해서라도 목표를 이루라는 것이다. 프랑수아즈는 “남성들은 절대 여성에게 권력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며 “모진 말로 지적하는 남성 상사보다 높은 위치에 서야만 ‘너도 외모가 별로니까 가서 옷이라도 갈아입으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53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난 프랑수아즈는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의 정치ㆍ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대중들에게 자신을 알렸다. 여성 언론인은 경제나 정치 같은 이른바 무거운 주제보다는 ‘말랑말랑한’ 생활ㆍ문화 분야의 진행자로만 쓰이던 시절이던 만큼 그의 존재는 파격으로 여겨졌다. 이후 뉴스의 메인 앵커로도 활약했으며, 2011년에는 여성언론인협회(PFDM)를 세웠다. PFDM은 언론계의 성희롱을 비롯한 성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PEDM 헌장’을 만들고 프랑스의 주요 방송국과 제작업체, 시청각 기관 등의 경영자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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