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유은혜(가운데)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 ‘정시 확대’를 언급한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을 접하며 지난해 3월 박춘란 당시 교육부 차관의 ‘전화 한 통’을 떠올린 사람이 적지 않다. 박 차관은 서울 주요 대학 총장들에 직접 전화를 걸어 “2020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모집을 늘려달라”고 요구해 논란을 불렀다. 전국 대학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대입계획을 제출하는 마감일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교육부는 부인했지만 박 차관이 김상곤 교육부 장관과 논의 없이 전화를 했다는 ‘김상곤 패싱’설이 교육계 안팎에선 파다했다. 당시 학생부종합전형(수시)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청와대와 여당은 지나치게 낮은 정시 비율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진보교육감 출신으로 ‘수능 영향력 약화’를 강조해 온 김 전 정관이 정시 확대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자 박 차관이 직접 나섰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일부 대학들은 이후 정시 선발 인원을 늘렸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정시 확대’ 논란을 모두 지켜본 국내 사립대 한 교수는 “그 때나 지금이나 교육부 장관은 시도교육감들을 포함한 진보교육단체들의 눈치를 보느라, 대통령과 여당은 여론조사와 지지율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대입제도를 누더기처럼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10여 년간 ‘정시 축소ㆍ수시 확대’ 정책을 펴오다 여론이 불리해지자 발을 뺀 청와대나, 불과 며칠 전까지도 “정시 확대는 없다”며 선을 그어오다 결국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정책 방향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교육부 모두 각자 눈치 본 대상만 다를 뿐 “백년지대계를 눈치게임의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교육현장선 허탈감을 넘어 탄식이 흘러나온다. 제도의 당사자인 학생, 학부모들의 혼란스러움은 말할 것도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돼야 할 교육정책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간 여기저기 눈치만 보며 갈피를 잡지 못한 탓이다. 게다가 이번 ‘정시 확대’ 논란은 정시나 수시 비율을 간단히 조정하고 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섣부르게 접근할 경우 수능 축소를 전제로 한 고교학점제(2025년 전면 도입 예정)나 ‘고교서열화 해소’ 등 문 대통령의 교육분야 핵심 국정과제가 도미노처럼 흔들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눈치게임을 멈춰야 하는 이유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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