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 불법고용 혐의를 받고 있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검찰이 1심과 동일한 벌금형을 구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검찰 구형보다 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 이일염) 심리로 24일 열린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 2심 결심공판에서 이 전 이사장에게 1심에서 구형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3,000만원을 구형했다.
이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은 “이 전 이사장이 잘못을 깊이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이 전 이사장이 불법임을 명확히 알고 이런 일을 한 것이 아니다”며 “언론 보도를 통해 외국인 도우미 도용이 불법인 것을 알게 되자 즉시 다 귀국시켰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이사장에 대한 대한민국 모든 사정기관의 전방위적 조사로 18회에 걸친 압수수색을 받았고, 포토라인에서 국민들의 질책을 받았다”면서 “그 과정에서 가정이 풍비박산 났고 조 전 회장이 돌아가신 사정을 반영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 이사장 또한 “모든 일들이 저의 잘못으로 비롯됐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 조차 정말 염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남편을 잃고 잠도 잘 자지 못하는 제게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선처를 해주시면 그 은혜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다”고 호소했다.
이 전 이사장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필리핀 여성 6명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속여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대한항공 필리핀 우수 사원이 본사에서 연수를 받기 위해 입국하는 것처럼 꾸며 연수생 비자를 발급받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에서 검찰은 “대한항공 임직원들을 불법에 가담하도록 해 범죄자로 전락시킨 이 전 이사장에게 출입국관리법의 벌금 최고형인 2,000만원보다 많은 벌금을 구형한다”며 이 전 이사장에게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벌금형은 피고인들의 잘못에 상응하는 형벌이라 보기 어렵다”면서 검찰 구형량 보다 더 센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2심 선고는 다음달 14일 있을 예정이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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