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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기업 성과급 잔치

입력
2019.10.24 18:00
수정
2019.10.24 18: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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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 공기업들의 ‘성과급 잔치’ 문제를 제기한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적 악화 공기업들의 ‘성과급 잔치’ 문제를 제기한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로 규정되는 이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색깔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문 중 하나가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은 공익을 목적으로 정부의 투자ㆍ출자, 또는 재정 지원 등으로 설립ㆍ운영되는 기관이다. 한국전력공사나 한국토지주택공사 같은 공기업,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준정부기관, 국립암센터를 비롯한 기타공공기관들이 모두 포함된다. 박근혜 정부 때만 해도 공공기관은 고질적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 등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 따라 핵심 개혁 대상 중 하나였다.

□ 공기업들은 정부의 정책 및 자금 지원을 받는 데다,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땅 짚고 헤엄치기’식 사업만 해도 막대한 수익이 보장된다. 주인 없는 기업에 손 쉽게 번 돈이 넘실거리다 보니 경영이 방만해졌다. 임직원들의 임금과 처우는 ‘신의 직장’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가 됐고, 무책임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따른 손실과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와 생산성 제고를 내세워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 등을 강력 추진했고, 공공기관 노조의 거센 저항을 받았다.

□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공기관 정책은 180도 반전됐다. 안 그래도 대선 후보 때부터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등에 반대해온 문 대통령이었다. 경영을 잘해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을 맞추는 방향의 개혁은 사실상 백지화했다. 그런 것보다 ‘공익적 목적’에 부응하는 기능과 역할이 강조됐다. 공익적 목적의 범위도 단순히 고유 사업을 잘하는 걸 넘어, 새 정부의 경제ㆍ사회정책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지원하는 역할까지로 확대됐다. 일자리 확대나 ‘탈원전’ ‘문재인 케어’ 정책 추진 등에 적극 나서도록 해야 했다.

□ 경영평가 방식을 바꿔 공기업의 경우 지난해부터 100점 만점에 ‘사회적 책임’ 부문 배점을 이전의 19점에서 30점으로 높였다. 반면 경영효율성이나 수익을 따지는 ‘일반경영’ 배점은 31점에서 25점으로 낮췄다. 지난해 부채가 5조원 넘게 폭증하고, 순이익이 2조6,000억원이나 격감한 한전이나 4조원 가까운 적자를 낸 건보공단 등이 우량 등급의 평가를 받고, 임원들이 수천 만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게 된 배경이다. 일각에선 해당 공기업의 몰염치를 비난하지만, 사실은 공공기관 정책이 급반전하면서 희한한 상황은 이미 예고됐던 셈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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