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소, 이틀간 조사
기후 변화 잦고 지형 험한 독도
수개월 걸릴 지형ㆍ식생 탐사를
한번에 250m씩… 4시간 만에 촬영
“숨겨진 독도 땅 1㎜를 찾아라!”
독도의날을 이틀 앞둔 23일 낮 경북 울릉군 독도의 동도(東島) 선착장. 여섯개의 프로펠러를 단 드론이 몸체에 ‘라이다(Lidar)’를 싣고 독도의 주변부로 날아올랐다. 라이다는 공중에서 레이저를 쏴 반사돼 오는 빛의 시간을 측정해 땅 모양과 식생 형태를 파악하는 특수장비다. 한 번에 250m를 측정할 수 있고 오차도 1.5㎜에 불과해 가장 효과적인 측정 기기로 통한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2일부터 이날까지 이틀 간 독도 동도와 서도(西島)에 라이다 드론을 투입해 독도 지형 정보를 기록했다.
독도는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할 필요가 있는 광범위한 천연보호구역이다. 그간 조사원들이 직접 독도 곳곳을 훑거나 지상 라이다, 유인 항공기를 이용해 지형 측정에 나섰지만 기후 변화가 잦아 접근 자체가 어려운 데다 지형도 험해 한계가 컸다. 심각한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즉각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었다.
라이다 드론은 해외에서도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장비로 자주 활용된다. 울창한 정글 속에 숨겨진 고대 도시를 발굴한다든가 산악지역, 지뢰 매설지역 인근 문화유산의 조사에 쓰인다. 국내 자연유산 가운데 라이다 드론 촬영이 이뤄진 건 독도가 처음이다.
라이다 드론이 독도 18만7,554㎡를 촬영하는 데 든 시간은 4시간 남짓. 조사원들이 지상 라이더와 유인항공기로 직접 정보를 모으는 기존 형식이라면 수개월이 걸리는 작업이다. 라이다 드론이 촬영한 독도 영상과 사진을 살펴보면, 서도와 동도의 지형은 고도에 따라 밝은 노란색부터 짙은 청록색까지로 세밀하게 구분됐다. 특히 풀과 꽃, 나무가 자라 푸슬푸슬하게 보이는 지형까지도 꼼꼼히 기록됐다.
라이다 드론은 지형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생을 관찰하는 데도 유용하다. 1982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1999년 천연보호구역으로 명칭 변경)로 지정된 독도에는 땅채송화, 도깨비쇠고비, 금방동사니 등 여러 자생 식물이 산다. 그 중에서도 독도 사철나무는 2012년 천연기념물 제538호로 지정된 식물로, 동도 천장굴 주변 두 곳(7그루 추정)과 서도 정상 부근 한 곳(3그루 추정)에서 자라고 있다. 다만 급경사면에 뿌리를 내린 탓에 그간 나무의 나이나 생육환경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어려웠다.
이원호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사는 “일반 무인 항공기를 사용해 촬영할 때에는 나무와 나뭇잎이 무성하면 그 아래 어떤 지형과 식생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며 “라이다 드론이 촬영한 데이터는 나무와 풀 아래에 있는 지반까지 면밀하게 스캐닝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문화재 보존ㆍ관리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올해 독도를 시작으로 라이다 드론 활용 범위를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 전국의 천연보호구역 11개소, 명승 113개소가 우선 대상이다. 이 연구사는 “라이다 드론 촬영 결과를 자연유산 콘텐츠로 만들어 국민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독도=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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