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시골파견제 한해 100명 최대 6000만원… 서울시도 올해 165명에 최대 7000만원 지원
권은아(36) 씨는 올 4월 경북 성주에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파는 가게 ‘능행(能行)’을 열었다. 식품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딴 뒤 2007년부터 11년 동안 식품 회사 2곳에서 일하다 지난해 10월 퇴사했다. 새 진로를 찾던 중 경북도가 도시의 2030청년에게 1년에 1인당 3,000만원을 지원하는 ‘도시청년시골파견제 1기생’ 모집에 언니 권세라(39)씨와 함께 도전해 대상자로 뽑혔다. 종목은 아이스크림, 목적지는 성주로 정했다. 참외와 각종 과일, 채소를 산지에서 싱싱하고 싸게 구하니까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대구도 1시간 거리라 시장성도 나쁘지 않다고 봤다. 국도 옆 빈 공간을 보증금 1,000만원, 월세 80만원에 구해 3개월 동안 공사했다. 두 자매는 성주에 함께 살며 아이스크림과 전통과자인 오란다를 만들어 팔고 있다. “성주는 물론 대구서도 많이 찾아 오고 온라인 주문도 늘고 있다”는 권은아씨는 최근 경북도로부터 활동 기간 1년 연장 통보를 받았다. 추가로 지원 받는 6,000만원을 아이스크림 제조 설비를 갖추고 햅썹(HACCP) 인증을 받는데 쓸 계획이다. 그는 “도시가 아닌 시골이기에 가능했던 창업”이라며 “성주만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아이스크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권씨 자매처럼 지방에서 창업으로 승부를 보려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 프로젝트들이 늘고 있다. 중앙 정부는 물론 서울시, 경북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경북이 가장 적극적이다. 경북은 지난해부터 2년째 도시청년시골파견제를 시행 중으로 1기는 권씨 자매를 포함해 93명이었고, 최근 2기생 100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생활 자금과 창업 비용으로 최대 2년, 6,000만원까지 지원 받는다. 이 외에도 행정,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경북도, 2017년부터 도시 청년 유입 프로젝트 가동
시골파견제 원조는 경북도가 2017년 100% 도예산으로 시행한 ‘청년유턴일자리지원사업’ 시범 사업이다. 이 사업이 지난해 국비 지원 사업으로 바뀌면서 이름을 바꿨다. 경북 밖에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3개 팀(10명)을 뽑았고, 이들은 1인당 3,000만원의 자금으로 문경에서 창업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한옥스테이겸카페 ‘화수헌’은 하루 평균 200~300명이 찾아오면서 지역 명소가 됐다. 도원우(28) 대표를 비롯해 도시 출신 청년 5명이 문경시 도움으로 1,800년대 고택 2채를 리모델링해서 한 채는 게스트하우스, 다른 한 채는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도 대표는 “고택을 가장 낯설어 할 젊은 층을 타깃으로 소셜네트워크(SNS)를 활용한 홍보 마케팅에 집중했다”며 “방문객 10명 중 7명은 젊은이”이라고 전했다. 도 대표는 올해 6월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각종 디자인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볕드는 산’을 합쳐 정식 회사를 차렸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7억원.
도 대표는 8월 ‘특별한 채용’을 했다. 서울시와 경북도가 손을 잡고 서울 청년 45명이 경북에 6개월 동안 머무르며 19개 사업체에서 일을 하는 ‘청정경북 프로젝트’에 참여해 3명을 뽑았다. 월급 220만원은 서울시와 경북도가 절반씩 부담한다. 임시 거처의 보증금은 화수헌이 지원했다. 송수성 서울시 교류정책팀장은 “사업 기간 이후에도 고용주나 당사자인 청년 모두 원할 경우 현지에 더 남아서 취ㆍ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며 “내년에는 사업 대상자 수를 올해의 2배 이상인 100명까지 늘리기로 경북도와 협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서울시, 전국 20개 지자체와 손잡고 청년들 정착 지원
서울시는 또 올해 처음 지역연계형 청년 창업 지원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165명(82개팀)의 서울 청년을 뽑아 8개월 동안 강원 영월ㆍ춘천, 전북 군산ㆍ완주, 충남 금산ㆍ논산, 경북 상주ㆍ의성 등 20곳을 대상으로 사업 아이템을 찾고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이다. 초기 사업비(최대 2,000만원)와 최종 사업비(최대 5,000만원)는 서울시가 부담하고, 해당 지자체는 거주 공간 및 교통 수단 지원과 함께 지역 내 관련 단체나 전문가들을 연결해 준다. 송 팀장은 “지난달 발대식을 가졌고 다음달까지 각자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 할 것”이라며 “올해 말과 내년 4월 두 차례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된 팀에 대해서는 해당 지자체와 함께 사업 안정화 또는 지역 정착 등에 프로그램, 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은 청년 유입과 마을 활성화를, 도시는 취업난과 주거난에 힘겨워 하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를 얻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지방 정착을 시도하는 청년을 맞이하는 지방 지자체와 관련 기관의 소극적 대응은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청년 A씨는 “시골의 빈땅이나 빈집을 창업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여러 부서를 거쳐야 하는데 담당자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더라”고 전했다. 청년 B씨는 “임시로 살 공간 등 지역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를 요청드렸는데 ‘스스로 구하라’는 답을 듣고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청년 C씨는 “중앙 정부 예산이 제 때 지급이 되지 않아 인테리어 공사 등 1달 넘게 준비가 미뤄지기도 제했다”고 밝혔다.
지자체 별로 도시 청년 유입 및 지원을 위한 ‘통합 행정 지원 시스템’을 만들거나 전담 인원을 배치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주ㆍ구미=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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