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하회 땐 역대 5번째… “잠재성장률 낮아진 점 감안해야”
한국은행은 24일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4%로 집계된 것과 관련해서 “4분기 성장률이 0.97% 이상이면 연간 2% 성장이 가능하다”며 “민간 부문의 성장기여도 추가 확대, 정부의 이월ㆍ불용 예산 최소화 정책 향방 등에 따라 실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결국 1%대를 기록한다면 역대 5번째 2% 성장률 하회 사례가 된다면서도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2019~20년 연평균 2.5~2.6%)이 낮아진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한은의 성장률 집계 주무부서인 경제통계국 관계자(박양수 국장, 강창구 팀장)와의 일문일답.
-3분기 성장세가 4분기에도 이어지면 연간 성장률이 어떻게 되나.
“4분기 성장률이 공표치 기준 1.0%, 정확히는 0.97% 이상이면 연간 2.0% 성장이 가능하다. 4분기에 0.6% 이상 성장하면 연간 1.9%, 그에 못 미치면 연간 1.8% 이하가 된다.”
-과거 연간 성장률이 2%를 밑돈 해가 몇 번이나 있나.
“1956년(+0.7%), 1980년(-1.7%), 1998년(-5.5%), 2009년(+0.8%) 총 4차례다. 1956년엔 당시 국내 주력 산업이던 농업 부문이 이상기후로 작황 부진을 겪었고, 1980년은 제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해다. 1998년과 2009년은 각각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받았다.”
-3분기 성장률 둔화로 올해 2% 성장 달성이 어렵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 홍콩 시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핵심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가 안 좋은 영향이 크다. 다만 과거 성장률 2% 미만이던 해와 지금을 비교하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자체가 많이 축소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 예컨대 (잠재성장률이 7%대였던) 1998년의 마이너스 성장과 비교하면 지금의 충격이 덜하다고 할 수 있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는데.
“명목소득 증가율 둔화에 따른 소비심리 약화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3분기 민간소비는 이례적 요인이 일부 작용했다. 여름 날씨가 선선하다 보니 전기생산과 의류 소비가 줄어든 점, 대(對)일본 관계 악화, 홍콩 시위 등으로 해외여행이 줄어 국외소비가 감소한 점, 무상교육 확대에 따라 민간소비가 정부소비로 이전된 점 등이다.”
-정부 부문 기여도가 2분기 1.2%포인트에서 3분기 0.2%포인트로 급감했다.
“정부소비는 증가폭이 여전했지만, 정부투자 증가율이 많이 낮아졌다.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조성 등을 위한 정부의 토목건설이 2분기 때 집중되면서 3분기에 기저효과가 나타났다. 건설투자(-5.2%) 감소는 2015~17년 주택건설 급증 이후의 조정국면 도래 한편으로 이러한 정부 측 요인이 작용했다.”
-전기가스수도사업 부문의 GDP가 크게 줄었다. 이유는.
“우선 전기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가정용 전기는 여름 날씨로, 산업용 전기는 기업경기 둔화 영향이 컸다. 전기 생산비용이 늘어난 요인도 있다. 3분기 중 원전 정비·보수가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생산비용이 높은 화력발전 등이 대체 전력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장비 등 기계류 투자 감소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설비투자가 2분기(+3.2%)에 이어 3분기(+0.5%)에도 늘었는데.
“운송장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부의 전투기(F-35A) 도입 영향이 컸다.”
-앞으로 우리 경제성장률은 어떤 흐름을 보일까.
“우리 잠재성장률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2%대 중반으로 낮아졌다. 잠재성장률이 4, 5년간의 평균적 성장속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성장률이 이를 하회하거나 웃도는 일이 반복될 거다. 연간성장률 수준에 집중하기보단, 잠재성장률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 노동력 부족 해소,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의 노력이 중요하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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