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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한국어 교재 속의 여성

입력
2019.10.25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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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에서 온 외국인 학생이 새로 받은 한국어 교재에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적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소말리아에서 온 외국인 학생이 새로 받은 한국어 교재에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적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어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한국어 교재는 외국 사람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익히는 귀중한 자료다. 그런데 교재들을 살펴보니 언어문화 면에서 문제점이 많다. 특히 여성들에 대한 그릇된 생각이 그대로 담겨 있어 놀랍다.

“집에 돌아오자 아내는 오늘도 내게 끝없이 얘기를 한다”, “밖의 일로 지쳐서 쉬고 싶은데, 아내는 내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아내는 내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귀신처럼 알아맞힌다” 남편은 밖에서 일하고, 아내는 집에서 그런 남편을 괴롭히는 사람으로 그렸다. 이런 예문은 성 역할을 고정하고,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성차별 문화를 널리 알리는 문제가 있다.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 인기가 많은 민수를 반장으로 뽑았어요”, “민수씨는 노래도 잘 부르고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해요”,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여학생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남편이 출장 갔는데 혼자서는 송년모임에 참석할 수 없겠지?” 이런 예문에서는 남성을 능력 있고 인기 많은 사람으로, 여성은 공중도덕도 모르는 시끄러운 사람, 혼자 모임도 못 가는 의존적 존재로 묘사했다.

또한 카메라에 대한 설명에서 “소재가 고급스러워 보이고 슬림형으로 여성스럽고 사각형 디자인도 예쁜 편입니다”라는 예문을 썼는데, 여성은 날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드러냈다. “여배우는 젊었을 때 그렇게 예쁘더니 이제는 할머니가 다 되었네요. 쯧쯧...”이라는 예문을 통해 여자 배우의 연기가 아니라 외모를 강조했고, ‘할머니는 예쁘지 않다’고 하여 나이 차별까지 보인다.

대표적인 한국어 교재 속의 이러한 여성 차별적 예문들은 언어 전문가들조차 차별적 언어문화에 얼마나 익숙한지를 잘 보여 준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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