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용 동향을 보면 두 가지 현상이 두드러진다. 핵심 일자리인 제조업과 40대 고용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과 고령층의 단기 재정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런 고용 동향을 놓고 다양한 설명과 논쟁이 있지만 이 두 가지 추세가 쉽게 변하지 않는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제 무역 분쟁에 의한 수출의 어려움과 디지털 전환이 제조업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고, 고령화 속도가 빨라져 노인가구의 빈곤화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추세에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찾는 것이 향후 우리 고용 정책의 핵심 과제다. 일단 제조업과 40대 노동의 문제는 다른 기회에 논의하고 노인 단기 일자리 정책을 살펴본다. 정부는 내년에도 재정을 통해 노인 단기 일자리를 늘린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47%의 예산을 증액해 1조2000억원을 노인 일자리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노후 생활보장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에서 일자리 제공을 통한 복지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다.
사실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지만 노인 빈곤율은 45%에 달한다. 우리 경제 수준을 고려할 때 창피한 수준이다. 그러나 일하는 복지를 당장 노인 빈곤에 대응하는 처방으로 제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인정한다 해도 문제는 노인 일자리가 단기적일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일자리 내용상 주먹구구식으로 마련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논의와 성찰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노인들의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경제 활동이 가능한 나이도 정년 60세 이후 대략 20년에 달하는데 노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 마련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것처럼 간주하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보아야 한다. 어차피 궁극적으로는 복지나 연금을 통해 노후 생활보장을 해결하는 것이 맞고, 그 이전 과도기적 정책인 노인 일자리 사업들은 문제가 있더라도 심각하게 대응할 것이 아니라는 암묵적 동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노인 일자리는 어떻게 마련될 수 있을까. 노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너무 재정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은 부분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비판만으로 풀 수 있는 사안은 더더욱 아니다. 빈곤한 노인들에게 일자리 공급을 제대로 못해 준다면 국가는 공적 부조로 생활 보호를 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재정을 통한 취약 노인계층 보호는 방법이 다를 수 있지만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고령자들에 대한 재정 투입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재정 지원 노인 일자리가 자칫 재정 의존형 일자리로 굳어질 가능성은 유의해야 한다.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노인 일자리에 대한 재정 지원은 불가피하지만 재정이란 수단만 강조해서는 이후 충분히 자립 가능한 노인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일찍 겪은 일본의 노인 일자리 정책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지역별로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노인들이 서로 돕는 지역 단위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노인들이 주체적으로 최소한의 일자리로서의 자립 기반을 만들어내는 노인 자조조직을 활성화시킨 것이다.
노인 일자리는 지역 단위 전략과 사업들이 주축을 이루어야지 중앙정부의 재정에 의존하는 일자리 창출은 결국 단기 성과를 넘어서지 못한다. 지방정부 및 시민단체가 노인들을 위한 생활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하고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이 중앙보다는 지방정부와 협력해서 생활 커뮤니티 개발과 유지를 위한 노인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공동 주거, 공동 돌봄, 자원 봉사, 문화 활동 등 노인 일자리를 위한 국가 재정은 이런 지역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우선 투입되고 직접적인 노인 일자리 공급정책은 점차 축소해야 한다. 좋은 노인 일자리는 우리 지역사회에서 그 일자리 수요를 늘릴 때 늘어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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