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6일 미국서 출간 서적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에 담겨 
 트럼프 “오바마, 김정은과 통화 시도도 안 해… 멍청한 놈!” 
 쿠슈너 “트럼프는 金에게 ‘새 아버지’ 같은 존재… 비핵화 쉽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말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걸어가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제발 그 단어(the word)는 쓰지 말아 주세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독대할 당시 건넸던 말 가운데 하나다. 여기서 ‘그 단어’란 다름아닌 ‘인질(hostage)’로, 김 위원장이 매우 싫어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지난 2017년 미국 송환 직후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비롯, 북한에 억류된 외국인들을 ‘인질’이라고 지칭하지 말아달라는 의미다. 이 같은 내용은 다음달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출간되는 새 책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Inside Trump's White House)’에 담겨 있다.

미 일간 워싱턴타임스는 전기 작가인 더그 웨드가 쓴 이 책의 요약본을 입수했다면서 22일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고(故)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재임기간 1989년 1월~1993년 1월) 행정부에서 백악관 특별고문으로 재직하기도 했던 웨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백악관 고위 참모 등에 대한 독점 인터뷰를 토대로 집필했다고 한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 간의 협상이 이 책에 두드러지게 등장한다며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몇몇 비화를 전했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한 이유로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멍청이(Stuid)’라고 불렀다는 식이다. 2016년 11월 대선 승리 후 백악관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첫 대면을 가졌는데, 웨드가 트럼프 대통령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이렇다.

다음달 26일 미국에서 출간될 예정인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 표지. 워싱턴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었다. 사실 당신의 재임 중 북한과 전쟁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저기, 대통령님. 김정은에게 전화는 걸어 보셨나”라고 물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니, 그는 독재자다”라고 답했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웨드에게 “그 자체로 모든 게 설명된다. 아니, 독재자라서 김정은에게 전화조차 걸지 않았다고?”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저자는 “2년이 흘렀는데도, 트럼프는 여전히 그 대화에 대해 놀라워한다. 그리고는 방 안의 모든 사람이 듣도록 ‘멍청한 놈!’이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최근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각료회의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11번이나 통화를 시도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두 발언 중 하나는 거짓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겐 ‘새 아버지’나 다름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의 얘기다. 쿠슈너는 북미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에 대해 웨드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건 ‘아버지’와 관련된 일”이라며 “편지들을 보면 김정은이 트럼프와 친구가 되길 원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그의 부친(김정일)은 김정은에게 절대로 무기(Weaponsㆍ핵무기로 유추)를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게 유일한 안전보장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쿠슈너는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새 아버지 같은 존재다. 그래서 (비핵화는) 쉽지 않은 전환”이라고 말했다.

김정일과 관련한 쿠슈너의 언급은 지난해 3월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등에서 했던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는 공식 발언과 상충된다. 아마도 그는 김 위원장이 ‘생부’와 ‘양부’ 같은 존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 ‘(핵을 포기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유훈’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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