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의 정책 비판 매우 이례적… ‘김정은식 통치’ 공고화 나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금강산관광지구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모양새가 됐다. 대내적으로 선대와의 차별화를 통해 이른바 ‘김정은식’ 통치 방식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금강산 관광지구를 찾아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이 지칭한 ‘선임자’는 금강산 사업에 관여해온 노동당 중앙위 관계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고지도자의 결정이 절대적인 북한에서 이들 관계자에 대한 비난은 곧 1998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금강산 관광에 합의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비판이나 다름없다.

김 위원장이 선대 사업을 비난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1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남새온실농장을 찾아 “10여년전 건설한 미곡협동농장 마을이 지금에 와서도 농촌문화주택의 본보기가 될 수 없다”며 “농촌마을을 미곡협동농장처럼 꾸리겠다는 것은 오늘날 혁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해남도 미곡협동농장은 김정일 시대를 대표하는 협동농장이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선대의 정책을 비판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이런 행보는 이례적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2011년 집권 이후 권력을 잡은 지 10년이 돼 가는데 자기만의 정치를 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과거 김정일 체제에서 국정의 중심에 있던 군부를 노동당 아래로 두며 사실상 ‘선군(先軍)정치’를 포기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도 “김 위원장 통치 방식의 특성은 아버지와의 차별화”라며 “‘아버지가 금강산 사업에 실패했다, 나는 거기에 목 매지 않고 내 길을 간다’는 의지가 투영됐다”고 말했다.

반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할아버지(김일성), 아버지의 기반을 이어가지 않으면 통치 기반이 취약해진다”며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남한 정부의 ‘신화’를 깨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선임자란 표현이 등장한 것일 뿐, 선대 정치를 부정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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