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결과
국세청이 개정된 소득세법 내용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징수해야 할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엉뚱한 사람이 세금을 감면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3일 공개한 ‘국세청 본청 기관운영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청은 2006년 12월 개정된 소득세법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안내 책자를 2016년까지 수정하지 않은 채 발간했다. 국세청은 납세자의 신고ㆍ납부 편의를 위해 세금 신고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책자인 ‘신고 안내’를 매년 발간하고 있는데, 10년간 잘못된 세법을 안내한 것이다.
개정된 소득세법에는 복식부기 의무자가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등을 첨부하지 않고 추정해 소득세를 신고하는 ‘추계 신고’를 하면 ‘무(無)신고’로 간주해 조세특례제한법상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소득세법 개정 전까지는 ‘추계 신고’도 감면 대상이었다. 하지만 국세청은 개정 내용을 반영하지 않고 ‘추계 신고한 복식부기 의무자도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 과정에서 추계 신고 후 특별세액 감면 혜택을 받았다가 국세청으로부터 뒤늦게 소득세를 부과 받은 한 중소기업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조세심판원은 2017년 5월 ‘국세청이 발간해 신고ㆍ납부 안내에 활용한 책자의 내용 등으로 볼 때 이미 받아들여진 비과세 관행이 성립한다’며 해당 기업에 부과한 소득세 부과의 취소를 결정했다.
감사원은 이 결정으로 잘못된 신고 안내 책자에 따라 특별세액을 감면해 신고ㆍ납부한 4,690명에 대한 추가 과세도 불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받은 감면 혜택은 총 248억여원에 달한다. 반면 개정된 소득세법 내용을 준수해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을 신청하지 않은 6,522명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국세청장에게 앞으로 잘못된 신고 안내로 세수 손실이 생기거나 과세 형평성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세원 관리 업무 등을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중복 적용 대상이 아닌 가산세를 중복 부과한 사례도 드러났다. 국세기본법 등에 따르면 가산세는 무신고 가산세, 성실신고확인서 미제출 가산세 등으로 구분하되, 두 가지 이상의 가산세를 부과해야 할 때는 금액이 가장 큰 가산세만 부과하게 돼 있다. 납세자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서울지방국세청 등 7개 지방국세청이 2016∼2018년 세무조사 등을 하며 가산세를 중복 부과한 사례가 178건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총 28억여원이 부당하게 부과돼 납세자의 재산권이 침해 당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국세청장에게 중복으로 적용해 징수한 가산세를 환급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하고, 이와 관련한 지도ㆍ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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