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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허묻’ 허경민 “내가 묻혀야 팀이 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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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허묻’ 허경민 “내가 묻혀야 팀이 산다면”

입력
2019.10.23 16:36
수정
2019.10.2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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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3루수 허경민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베어스 3루수 허경민 두산 베어스 제공

이쯤 되면 아무리 징크스라도 무슨 규칙이 있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가을 사나이’ 두산 3루수 허경민(29) 얘기다. 허경민은 가을 야구에서 매번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도 정작 MVP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허경민은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키움과의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7-6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팀 내에서 유일하게 3안타를 쳤고, 올 시즌 ‘불펜 최강자’ 키움 조상우를 상대로 첫 안타를 뽑아냈다. 수비에서도 6회 1사만루 위기에서 3루수-유격수 간 강습 타구를 다이빙 캐치해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는 등 탄탄한 기량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날 데일리 MVP는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팀 동료 오재일(33)에게 돌아갔다. 오재일의 이날 성적은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에 결정적인 수비 실책 1개가 있었다. 수치상 허경민이 더 좋은 활약을 했지만, 오재일의 임팩트 있는 한방에 ‘묻혀버린’ 것이다. 이에 팬들은 ‘허묻두살’ ‘가을 허묻’이란 별명을 선사했다. ‘허경민의 활약이 (다른 선수의 더 큰 활약에) 묻혀야 두산이 살아난다’는 뜻이다.

두산 베어스 3루수 허경민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베어스 3루수 허경민 두산 베어스 제공

허경민의 ‘가을 DNA’는 대단하다. 22일 현재 허경민은 포스트시즌 48경기에서 159타석 138타수 50안타를 기록, 역대 포스트시즌 타율 1위(0.362)에 올라 있다. 키움 이정후가 허경민보다 0.0005 모자란 2위인데, 타석수가 53타석(11경기)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역시 무게추는 허경민에게 쏠린다. 2015년에는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안타(23개) 신기록을 세웠다.

그런데도 허경민은 유독 가을 MVP와는 인연이 없다. 매 경기 ‘더 미친’ 선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2015년 넥센과의 준PO에서는 4경기 연속 안타를 치며 타율 0.533(15타수 8안타)으로 활약했지만, 정작 MVP는 마운드에서 1승 2세이브를 올린 이현승에게 돌아갔다. 2015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허경민은 솔로홈런을 포함해 4타수 4안타 3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팀은 8-9로 역전패했고, 허경민의 MVP도 날아갔다. 2016~18년 가을야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두산 베어스 3루수 허경민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베어스 3루수 허경민 두산 베어스 제공

허경민은 그러나 “MVP를 받지 못해도 상관없다. 팀이 승리한다면, (내 활약이) 묻혀도 된다”라며 담담하게 말한다. 그는 “’허묻’이란 말을 알고 있다. 솔직히 처음에는 ‘잘한 것 같은데 왜 상을 못 받지’라는 생각에 섭섭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상복이 없나 보다’라며 마음을 비웠다. 개의치 않는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결국 좀 더 임팩트 있는 모습을 못 보여드렸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좋은 경기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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