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김준기(75)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서 김 전 회장을 체포, 곧바로 경찰서로 이송했다. 장시간 비행을 했다는 점을 감안, 일정 시간 휴식을 취한 뒤 조사에 들어갔다. 김 전 회장 혐의는 두 가지다. 2017년 2월부터 7월까지 비서로 일했던 30대 여성 A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 2016년부터 약 1년간 경기 남양주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B씨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다. 사건 자체는 간단해 경찰은 김 전 회장의 진술을 확인하고 법률 검토가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 신청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한 2명의 피해자 외엔 새로운 피해자가 없고 관련 참고인까지 포함해 이들에 대한 조사는 이미 마무리 된 상태”라며 “김 전 회장 조사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신병처리 문제 등을 결정할 것”이라 말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비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2017년 7월 회장 직을 내려놓고 질병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 사건은 묻힐 뻔 했으나 B씨의 자식이라 밝힌 이가 지난 7월 B씨 성폭행 의혹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리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당시 B씨의 자식이라는 사람은 “(김 전 회장은) ‘유부녀들이 제일 원하는 게 뭔지 아나. 강간 당하는 걸 제일 원한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경찰은 국제형사기구(인터폴) 적색수배에 이어 범죄인 인도 청구까지 했다. 여권이 무효화된 김 전 회장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도피 생활을 하다 귀국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2~3주 전쯤 변호사 쪽에서 입국 얘기를 알려왔다”며 “경찰이 입국 시기를 조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날 미국 뉴욕에서 출발한 김 전 회장은 23일 새벽 3시 37분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수갑을 차고 나타났다. 김 전 회장은 공항에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정말 송구하다”면서도 혐의는 부인했다. 김 전 회장 측 변호인은 “혐의의 부인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면서도 “사실관계가 맞지 않다는 입장”이라고만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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