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인 의사소통 앱 개발한 제일기획 인도법인 카피라이터들
“많은 사람들이 시청각장애인과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 창의력과 기술이 만나면 해법이 나옵니다. 이런 철학이 ‘굿 바이브’ 개발의 토대가 됐습니다.”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인 ‘삼성 굿 바이브’를 만든 제일기획 인도법인의 비노드 시반(44) 제작팀장과 니시티 시다나(35) 프로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제일기획은 실제 시청각장애인이 굿 바이브를 이용해 소통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 13일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건을 넘겼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굿 바이브는 모스부호와 스마트폰의 촉각 기능을 합쳐 간단한 터치로 시청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앱이다. 시청각장애인이 스마트폰에서 모스부호를 터치하면 텍스트와 음성으로 바뀐다. 이어 휴대폰을 뒤집으면 미리 등록된 가족 등의 특정인에게 메시지가 발송된다. 마찬가지로 비장애인이 텍스트나 음성을 입력하면 모스부호 진동으로 바뀌어 시청각장애인의 스마트폰으로 전달된다.
이 앱을 기획, 개발한 건 정보기술(IT) 전문가가 아닌 광고제작자들이다. 비노드 팀장과 니시티 프로는 광고업계 경력 각각 17년, 9년의 베테랑이다. 비노드 팀장은 “광고제작자는 의미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며 “인도에만 50만명의 시청각장애인들이 있다. 시청각장애인들이 일상 소통에 얼마나 어려움을 겪는지 알리고 그들의 삶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몇 년 전 청각장애인 직원과 일해 본 경험이 비노드 팀장에게 영감을 줬다. 그 직원은 몇 달간 계속된 장마로 40km 떨어진 집에서 홀로 지내는 노모에게 ‘당분간 못 간다’는 간단한 메시지도 전달을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노모가 읽고 쓸 줄 몰랐기 때문에 문자 발송도 불가능했다. 이에 그는 기발한 방법을 생각했다. 한 건의 부재중 전화는 ‘집에 갑니다’, 두 건은 ‘못 갑니다’는 메시지라고 노모와 사전에 약속한 것이다. 비노드 팀장은 “일반적인 채팅 인터페이스(UI)는 시청각장애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라 발상을 뒤엎는 아이디어가 필요했다”며 “메시지에 아예 수신자를 결합시키고 보내기 버튼 대신 휴대폰을 뒤집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시티 프로는 앱 개발 과정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소녀 푸시파를 언급했다. 푸시파는 몇 년 전 갑자기 청력과 시력이 급속히 나빠져 실의에 빠져 있다가 운동을 시작해보자는 학교 선생님 권유 덕에 용기를 얻었다. 그는 좌절을 딛고 일어나 201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스페셜올림픽(지적발달 장애인 스포츠 축제)에 출전해 시각장애인 역도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니시트 프로는 “앱 개발이 벽에 부딪힐 때마다 푸시파를 떠올리며 힘을 냈다”고 했다.
두 카피라이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시청각장애인은 결점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다만 능력을 조금 다른 방법으로 발휘할 뿐이죠.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앱을 통해 장애인과 손쉽게 소통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르다는 편견을 버리길 바랍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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