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조코위, 파격 협치 내각… 최대 정적 野 총재에 국방장관 맡겨

알림

조코위, 파격 협치 내각… 최대 정적 野 총재에 국방장관 맡겨

입력
2019.10.23 15:18
수정
2019.10.23 21:35
16면
0 0
올 4월 7일 대통령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마지막 대중 유세에 나선 프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총재.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올 4월 7일 대통령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마지막 대중 유세에 나선 프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총재.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최대 정적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총재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에서 하나됨을 추구)’가 국가 이념인 인도네시아의 협치(協治)를 실증하는 사례다. 올해 4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조코위 대통령은 23일 30, 40대 사업가들을 장관으로 기용하는 등 2기 정부 조각을 확정했다.

이날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20일 조코위 대통령의 재선 취임식 이후 공식 업무에 발맞춰 이날 조각 명단을 발표했다. 4개 조정 장관 포함 34명의 장관 중 8명이 유임하고 26명이 바뀌었다. 조정 장관은 연관성 있는 부를 묶어 관장하는 직책으로 우리나라의 부총리와 비슷하다. 30개 부 중엔 7명이 유임하고 23명이 바뀌었다.

국방부 장관에 임명된 프라보워 총재가 ‘국민 통합’ 관점에서 가장 눈에 띈다. 지난 대선에서 맞붙었던 프라보워 총재는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헌법재판소에 불복 소송을 제기하는 등 조코위 대통령과 맞서왔다. 이로 인해 5월 말 수도 자카르타를 비롯한 각지에서 대선 불복 시위가 벌어져 8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쳤다. 6월 말 헌법재판소의 조코위 대통령 재선 확정 발표 이후 둘은 직접 만나 화해했다.

프라보워 신임 장관은 32년간 장기 집권한 군인 출신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로 특전사령관을 지내고 중장으로 예편했을 만큼 군부의 핵심이다. 조코위 1기 정부 부처 인사 중에도 프라보워를 지지하는 군부 출신 인사가 많았다. 조코위 대통령 입장에선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장관 임명 전엔 프라보워 총재가 4개 조정 장관 중 하나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다만 프라보워 신임 장관이 “우리 기술로 잠수함을 만들어야 한다” 등 대선 공약에서 ‘자주 국방’을 설파한 만큼, 그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1차 잠수함 사업을 통해 잠수함 3척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했고, 올 4월 2차 사업으로 잠수함 3척을 계약 체결했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대선 공약과 실제 장관 직무는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지 인권단체들은 1998년 인도네시아 민주화 운동 당시 프라보워가 민주화 인사들의 실종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조코위 2기 정부에 장관으로 기용된 젊은 사업가들. 왼쪽 사진부터 나딤 마카림 교육문화부 장관, 위스누타마 관광ㆍ창조경제부 장관, 에릭 토히르 공기업부 장관. 안타라통신
조코위 2기 정부에 장관으로 기용된 젊은 사업가들. 왼쪽 사진부터 나딤 마카림 교육문화부 장관, 위스누타마 관광ㆍ창조경제부 장관, 에릭 토히르 공기업부 장관. 안타라통신

젊은 사업가들의 대거 기용은 ‘경제’에 방점을 찍은 조치로 풀이된다. 35세인 인도네시아 승차공유업체 고젝의 창업자 나딤 마카림씨는 교육문화부 장관에, 위스누타마(43) NET 미디어그룹 대표는 관광ㆍ창조경제부 장관에, 에릭 토히르(49) 마하카 미디어그룹 대표는 공기업부 장관에 임명됐다.

안선근(55) 국립이슬람대(UINㆍ우인) 교수는 “다민족 다언어 다종교 등 다양성 속에서 통일 국가를 추구하는 인도네시아의 이념을 잘 드러낸 조각”이라며 “적대했던 야당과 연합하고 연대해 화합의 정치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조코위 대통령의 통 큰 결단, 이것이 인도네시아”라고 평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