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 출신 세계적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 방한
2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 기자간담회에서 이스마일 카다레가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로 손꼽히는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83)가 한국을 찾았다. 2019 박경리문학상 수상을 기념해서다. 카다레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아내 엘레나 구스 카다레와 함께 참석해 “유럽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 출신인 내가, 한국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최상급 경험’”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카다레의 방한은 2000년 서울 국제문화포럼 이후 두 번째다.

‘조국보다 유명한 작가’라는 수식답게, 카다레는 일찌감치 알바니아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았다. 1936년 알바니아 남부 지로카스트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 시인으로 데뷔했고 27세 나이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전체주의와 독재하의 조국 현실을 신화와 전설, 민담을 차용해 우화적으로 그려내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형성했다. 독재정권이 무너지기 직전 프랑스로 망명해 현재까지 파리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05년 제1회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자로 선정됐고 2016년에는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최고 훈장을 수훈했다.

카다레는 전쟁과 폭력, 전체주의와 독재에 맞서 인간의 실존을 고민하는 작품을 써왔다. 정권에 비판적인 경향 탓에 많은 작품이 자국에서 출간이 금지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알바니아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독재와 공산주의의 영향력이 약해진 오늘날 자신의 작품이 갖는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카다레는 “현재의 알바니아는 예전과 달리 많은 자유가 보장되고 있지만, 자유를 통해서만 인간이 실존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알바니아의 현재 상황은 말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만큼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해 있다”며 문학의 역할이 계속될 것임을 주창했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페터 한트케는 유고연방 시절 알바니아인의 자치주였던 코소보에서 인종청소 만행을 저지른 세르비아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를 옹호한 이력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카다레는 알바니아 작가로서, “한트케는 작가로서 수용 가능한 한계점 넘었다”면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카다레는 “문학작품과 정치적 색채는 따로 봐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하지만, 밀로셰비치의 인종학살은 어느 경우에도 절대로 수용되거나 이해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개인적 친분에도 불구하고 한트케의 노벨상 수상에 대한 많은 비판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다레는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도 보였다. “알바니아에서도 한국 문화와 문학의 지위가 점차 향상되고 있다”며 “박경리 선생의 이름도 유럽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알바니아의 독재 상황과 비슷한 북한의 문학에 대해 “북한 문학이 존재는 하되 읽을 수는 없다는 점에서 독재 공산주의 국가였던 알바니아와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다레는 24일 연세대에서 강연회로 독자들과 만난다. 28일에는 문학동네 주관으로 서울 서교동 디어라이프 북카페에서 독자와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시상식은 26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상금은 1억원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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