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백제 왕실 묘역인 서울 석촌동 고분군(사적 제243호)에서 화장한 사람 뼈가 대거 발견됐다. 백제 고분에서 화장 인골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백제왕실의 장례문화 연구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은 이 같은 내용의 석촌동 고분군 발굴조사 중간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이번에 발굴된 인골 무게는 총 4.3㎏이다. 뼈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높은 온도에 오랜 시간 노출돼 유전자 분석은 불가능하다.
또한 여러 개의 적석묘(돌을 쌓아 만든 작은 무덤)가 100m 규모로 서로 이어져 있는 초대형 무덤인 ‘연접식 적석총’도 처음 발굴됐다. 네모꼴의 작은 적석묘 16기와 이를 이어주는 연접부, 화장된 인골을 묻은 매장의례부 3곳을 빈틈없이 맞붙여 가며 규모를 늘려간 형태다. 이같은 형태의 고분은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바 없다. 그간 적석총을 개별 단위 무덤으로만 파악해온 통념을 깨는 것이어서 고고학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고분 안에서는 금귀걸이, 유리구슬, 중국제 청자 같은 소유자의 권위와 위엄을 드러내기 위한 위세품과 토기, 기와 등 총 5,000여 점의 유물이 함께 나왔다. 석촌동 고분군이 초기 백제의 왕실 묘역이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석촌동 고분군은 1974년 잠실 일대 개발에 앞서 일대 유적 유무를 확인하는 지표조사와 유적발굴조사가 진행되면서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됐다. 백제왕릉급 고분군으로 인식되면서 1987년부터 백제고분공원으로 조성됐다. 현재 고분공원 내 적석총 5기와 흙무덤 1기가 복원됐다. 이중 한 변의 길이가 50m에 달하는 대형 적석총(3호분)은 백제 전성기를 이끈 근초고왕릉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번 발굴로 석촌동 고분군 조사ㆍ연구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공주 송산리 고분군이나 부여 능산리 고분군 같은 왕실묘역인 점을 감안하면 이 일대 지하에 무덤 일부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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