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계획이 내부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군산형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지역 상생형 일자리 창출 사업의 대표 모델이다. 당초 양대노총이 모두 참여하는 첫 사회 통합형 일자리로 알려졌으나, 민주노총이 불참에 무게를 두고 있어 막판 협상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23일 민주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군산형 일자리 참여 여부는 확정된 게 아니다”고 밝혔다. 앞서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24일 전북도가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을 할 예정인데, 양대노총 지역지부가 모두 참여하고 있어 상생의 요소가 특히 더 의미가 있다”고 밝혔는데, 민주노총은 중앙 차원에서 참여 계획이 없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군산형 일자리를 포함한 모든 지역 일자리 사업 방향에 반대한다”며 “만약 참여 한다면, 지역지부의 독자적 결정일 뿐 민주노총 중앙 차원의 참여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지난 4월 광주형 일자리에 개인자격으로 참여한 전 노조간부 2명을 제명한 바 있다.
군산형 일자리는 정부가 추진하는 상생형 일자리 사업 모델이다. 기업체 대표, 노동자 대표,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등 노사민정이 함께 모인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적정 임금과 노동시간, 원ㆍ하청 상생 방안 등을 협의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핵심 목표다. 지난 1월 광주시가 기존 완성차업체의 절반 수준 임금으로 생산 시설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광주형 일자리’를 첫 도입했다. 군산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공동화한 군산ㆍ새만금산업단지에 명신, 에디슨모터스, 대창모터스, 엠피에스코리아 등 중견기업 4곳과 부품업체 5개 곳이 참여해 전기차 클러스터 사업을 중심으로 2022년까지 4,122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17만7,000여대를 생산하고, 일자리 1,971개를 만들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나 '군산형 일자리'와 같은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이 전체 노동자의 임금 하락을 유도하고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는 '나쁜 일자리'를 양산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군산의 일자리 위기와 지역의 어려움은 이해한다”면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일자리 사업은 임금단체협상 5년 유보, 적정임금 강요, 임금체계 개편 등으로 노동자에게 양보를 강요하고 권리를 제약하는 방식으로 일자리 숫자만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 측면에서 봐도 군산 모델은 중국 바이톤의 전기차를 위탁 생산하는 것인데 지속 가능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이 노동이사제 도입, 현대자동차 추천 이사 해촉 등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최근 참여 중단을 선언한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한국 GM의 공장 폐쇄 이후 군산 지역의 일자리 위기를 몸소 겪고 있는 지역본부의 입장은 다르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 구상 단계부터 참여한 민주노총 군산시지부 관계자는 “군산의 상황이 너무나 어려워 민주노총이 뒷짐지고 반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사업 참여가 예정된 중소기업들은 노동조합이 없는 상황인데, 상생협의회의 공동교섭은 오히려 미조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 복지 조건이 나아질 수 있게 만들 기회”라며 “어차피 만들어야 할 일자리라면 좀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노조가 참여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이 예정된 24일까지 참여 여부를 놓고 내부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2기 출범 당시 공공기관위원회의 노사정 대화에 민주노총의 산별 연맹인 공공운수노조와 보건의료노조 등이 참관 여부를 고심했으나, 민주노총의 산별 연맹과 지역본부 대표자 회의체인 중앙집행위원회(중집)가 불참을 결정해 사회적 대화 참여가 무산된 바 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