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눈ㆍ비가 오면 사람들은 같은 배달음식이라도 치킨보다 중국음식을 더 주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도 대형마트, 아울렛 대신 백화점을 더 찾았다. 골프연습장 손님은 늘어도 당구장ㆍ노래방은 덜 찾는다. 날씨가 궂으면 주가 하락도 더 컸다.
KEB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22일 ‘기상 예보와 날씨에 따른 금융 소비자의 행태 변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기상청 날씨 정보와 하나카드의 업종별 매출 자료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대체로 맑은 날보다 눈ㆍ비 오는 날 소비를 줄였지만, 업종별로는 희비가 갈렸다.
우선 유통ㆍ쇼핑업에서 맑은 날 대비 비오는 날의 매출 감소폭(휴일기준)은 대형마트가 -15%로 가장 컸고, 편의점(-10%) 슈퍼마켓(-11%) 아울렛(-4%) 순이었다. 반면 백화점은 평일 눈비에는 매출이 10% 감소했지만, 휴일 눈비가 내리면 오히려 매출이 5% 늘어났다. 면세점도 휴일에 눈비가 내리면 오히려 매출이 1% 늘었다.
여가ㆍ문화업도 휴일 날씨가 궂으면 종합레저타운(-7%) 당구장(-6%) 골프장(-4%) 노래방(-1%) 등 대부분의 업종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골프연습장만은 오히려 8% 늘었다.
배달음식업도 날씨에 따른 업종별 편차가 있었다. 평일에 눈비가 내리면 치킨전문점(-7%) 패스트푸드점(-5%) 중식전문점(-3%) 모두 매출이 감소했지만, 주말에 눈비가 오면 치킨전문점(-3%)만 매출이 감소하고, 중식전문점(4%)과 패스트푸드점(1%)은 오히려 매출이 늘어났다.
디저트 업종에서는 휴일 날씨가 좋지 않으면 아이스크림전문점(-10.1%)과 커피전문점(-6.3%)은 맑은 날 보다 매출이 줄었지만, 제과ㆍ제빵은 반대로 1.1% 늘었다.
대리운전이나 골프장, 여객선 등에서의 소비는 실제 당일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예약 위주로 운영되는 호텔 등 숙박업소나 종합병원, 출장연회(뷔페) 등은 기상 예보에 특히 민감했다. 보고서는 “기상 특보(대설ㆍ호우ㆍ한파ㆍ폭염ㆍ태풍)가 발효되면 평일에는 세차장 보일러 여객선 자동차정비 찜질방 업종이, 휴일에는 골프장 부동산중개 자전거 예술품 사치용품 업종의 매출 타격이 크다”고 했다.
날씨는 주가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기상특보가 발효된 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평균 -0.26% 하락해 특보가 없는 날의 지수 평균 하락률(-0.03%)보다 8배 높았다. 특히 호우주의보와 한파주의보가 발표된 날의 등락률은 각각 -0.43%, -0.38%로 더 컸다. 특보 발효일의 거래량(3억8,000만주)과 거래대금(6조원)은 특보가 없는 날(3억9,000만주, 6조4,000억원) 보다 각각 1,000만주, 4000억원 줄었다.
양정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날씨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다수의 해외 논문에서도 확인됐다”며 “뉴욕의 경우 온종일 해가 난 날의 연간 수익률은 평균 24%로 하루 종일 흐린 날의 연간수익률(8%)보다 3배 높았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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