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영국 등 32개국 수사기관이 '다크웹'(dark web)에 개설된 아동음란물 ‘웰컴투비디오’를 단속한 후 바뀐 사이트 화면

다크웹에서 아동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수감 중인 손모(23)씨가 ‘아동ㆍ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 등 관련 법규를 검색해봤던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이 들통났을 경우 예상 가능한 형량이나 신상공개 여부 등을 가늠해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아동음란물 판매ㆍ유통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한껏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22일 손씨에 대한 1ㆍ2심 판결문에 따르면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인터넷주소(IP)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에 아동음란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했다. 손씨는 우선 자신이 다운받아 가지고 있던 10기가바이트(GB) 분량의 아동음란물을 올린 뒤, 회원들에게도 음란물을 올리도록 유도했다. 성인음란물이 아닌 아동음란물만 올리라고 직접 공지 글을 작성해 게시하기도 했다. ‘웰컴투비디오’는 회원 수 128만명, 게시된 아동음란물 3,055개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이 과정에서 손씨는 관련 법률을 찾아본 것으로 나타났다.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손씨는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하면서 ‘아청법’은 물론, 여성가족부의 애플리케이션 ‘성범죄알림e’를 다운받기도 했다. ‘성범죄알림e’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앱이다. 손씨가 처벌 관련 자료를 확인해본 셈이다. 이 때문에 아동음란물 배포 등에 대해 더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손씨를 더 무겁게 처벌하고, 손씨의 신상정보도 공개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이 청원엔 22일 오후 4시까지 10만명이 동의했다.

아청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ㆍ청소년음란물을 판매하거나 소지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상으로는 최대 10년형이 가능하지만 실제 처벌은 솜방망이다. 손씨만 해도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 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나마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검찰 항소가 받아들여져 2심에서 집행유예 없이 징역 1년6월이 선고됐다. 여기에다 손씨는 신상정보 공개대상도 아니다. 성폭행이나 추행 등 직접적으로 저지른 성범죄가 아니라 음란물 배포는 신상정보 공개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 검찰도 아동음란물 배포를 가벼이 여기는 경향이 있다. 2017년 대검찰청 범죄분석통계를 보면 아동ㆍ청소년 음란물 관련 혐의로 적발된 599명 가운데 구속기소된 사람은 19명에 불과했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이는 379명에 달했다.

이 때문에 사법기관의 전반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손씨 사건의 경우 유포하고 판매한 아동음란물 건수가 엄청난데 반해 처벌이 너무 가볍다”며 “판매의 경우 ‘10년 이하’인 상한선을 2배 이상 높이고, 이에 맞춰 검찰 법원은 양형 기준을 조정해 엄한 형이 선고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의 변호사도 ”지금처럼 ‘10년 이하 징역’이라 해두면 1년에서 10년까지 형량이 오갈 수 있다”며 “‘5년 이상’ 등으로 조정해 중형이 나오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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