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4명 긍정 답변
공공 부문이 민간보다 응답률 높아
갑질지수도 작년보다 4.5점 낮아져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시행(7월 16일) 이후 직장 ‘갑질’이 줄었다고 응답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법 시행 전인 지난해에 비해 ‘갑질지수’도 낮아진 것도 직장 문화가 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개정법 시행 100일(10월 23일)을 맞아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 22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39.2%가 법 시행 이후 ‘갑질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이달 8~15일 이뤄졌다. 직장 유형별로 보면 행정부처와 지자체(48.7%), 공공기관(49.3%)과 같은 공공부문에서 ‘갑질이 줄었다’는 응답률이 민간부문보다 높았다. 중소기업(35.1%)이나 영세개인사업자(34.5%)에서는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낮았다. 연령과 직급별로는 50~55세(50.0%)가 30대(32.8%)보다, 관리자급(53.6%)이 사원급(37.0%)보다 ‘갑질이 줄었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커 직급ㆍ세대별로 인식 차이가 상당했다.
직장갑질 119가 각종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 수치를 바탕으로 만든 ‘갑질지수’(100점 만점)는 30.5점으로 지난해 11월 조사했을 때(35.0점)보다 4.5점이 낮아졌다. 점수가 높을수록 괴롭힘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68개 문항 중 17개 문항이 40점을 넘은 데 반해 올해는 41개 문항 중 40점을 넘는 문항이 3개로 줄었다. 점수 감소폭이 가장 큰 항목은 ‘다른 사람들 앞이나 온라인상에서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한다(29.9점ㆍ12.1점 감소)’, ‘회사에서 원하지 않는 회식문화를 강요한다(30.3점ㆍ9.9점 감소)’ 등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가해자 처벌 조항 신설(동의 응답률 79.2%)’ 등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컸다. 또 응답자의 3분의2(68.8%)가 법 시행 전후로 회사에서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해 예방교육이 미흡한 현실이 드러났다. 특히 공공기관은 절반 이상(59.7%) 교육을 받았다고 답한 데 반해 중소기업(22.2%)이나 영세 개인 사업장(10.1%)에서는 응답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당국은 취업규칙에 괴롭힘 예방 관련 규정을 넣어야 하는 등의 법 의무사항 등을 잘 지키는지 감독하고, 진정 사건에 대해서도 법 취지에 맞게 적극적으로 (괴롭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1호 신고 사례로 주목 받았던 MBC 계약직 아나운서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괴롭힘 여지가 있는 사항에 대해 사측이 시정조치 중이라는 이유로 조사를 종결한 데 대한 비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 100일만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개정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다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처벌 강화보다는 노사 단체협약에 괴롭힘 관련 규정을 명확히 포함시키는 등 직장 안에서 자율규범을 만들어 시행하도록 유도하는 교육과 홍보 활동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강분 노무법인 행복한 일 연구소 대표(노무사)는 “현실적으로 모든 사업장을 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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