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점진적으로 병력을 철수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탈레반과의 평화 협정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탈레반이 계속해 요구해 왔던 미군 감축에 착수하면서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 주 안에 아프간에서 미군을 전면적으로 철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시리아에 이어 아프간의 정정도 위태로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아프간을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21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들과 만나 탈레반과 테러리스트들에 대항하기 위한 군사적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은 아프간에 주둔해 왔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며 “시리아와 연관 지어 아프간 동맹을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의 장담과는 달리 이 자리에 함께한 오스틴 스콧 밀러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최적화의 일환으로 대중이 모르는 사이에 지난해 아프간에서 병력 2,000명을 줄였다”고 말했다. 밀러 사령관은 “아프간에서 우리의 파트너들과 일하면서 우리는 늘 병력 최적화를 생각한다. (아프간) 전역에서 계속 (아프간군을) 훈련시키고 자문하고 지원하는 동시에 우리의 목표에 도달하는 올바른 능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한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테러 작전에서 아프간군을 훈련시키는 미군의 오랜 임무에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미군 병력 감축은 탈레반과의 평화 협정이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취소로 교착에 빠진 상태에서 발표돼 더 눈길을 끈다. 미국은 지난달 초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초안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을 8,600명 규모로 감축하는 데 합의했지만 이에 앞서 지난해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을 1만4,000명에서 1만2,000명으로 먼저 감축한 것이다. 이번 병력 감축은 교대할 때가 된 미군 병사를 귀환시킨 후 충원하지 않는 점진적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NYT는 보도했다.
미국 NBC 방송은 전ㆍ현직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서처럼 아프간 주둔 미군을 즉각 철수하는 깜짝 결정을 내릴 가능성에 대비해 국방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이날 보도했다. 아직 백악관에서 공식 지시가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만약을 대비하는 차원이다. 한 관계자는 “시리아에 대한 대통령의 최근 접근은 아프간에서 일어날 일의 ‘최종 연습’”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는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귀환시키려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