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0월 17일 백두산 등정 사진이 세계 여러 매체에 크게 소개됐다. 이미지 조작에 능한 북한 정치 특유의 뉴스 쇼이자 쇼 뉴스였다. 다수 언론이 그 이벤트를 폄하하는 한편으로 이미지의 상품성은 앞다퉈 소비하는 와중에, 세계의 유력 매체들 중에는 그 자극적인 사진을 오연하게 외면한 매체들도 없지 않았다. 그렇게 매체들이 정교하게 연출된 자극적인 쇼 사진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편견일지 모르지만, 사설이나 칼럼 못지않게 그런 데서 매체의 성향과 지향, 나아가 품격과 자신감을 엿볼 수도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극단에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로동신문’이 있다. ‘로동신문’은 국영 조선중앙통신사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싣고 ‘백두 영장의 준마 행군’이라 운율까지 섞어 대서특필했다.
일간 ‘로동신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1945년 11월 1일 ‘정로(正路)’라는 제호로 창간해 이듬해 9월 신민당 기관지 ‘전위’와 통합해 지금 제호로 변경했다. 북한의 다른 매체들처럼 조선중앙통신사의 뉴스 등을 매일 6개 면에 싣는다. “인민의 사상ㆍ교양 교육”, 즉 주체사상과 사회주의, 선군사상의 고무 선전ㆍ선동이 목적이다.
현 발행부수는 60만 부다. ‘Radio Free Asia’ 등에 따르면, 김일성 집권기인 1980년대 최대 300만 부까지 찍다가 90년대 경제난과 장기 기근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정부 기관과 도서관 등 일부에만 배포되는 극단적인 내핍기를 거쳤다고 한다. 여건이 나아지면서 점차 부수를 늘려 김정은이 집권하던 2011년 12월 무렵엔 약 30만 부 수준을 회복했다. 2015년 4월 김정은이 “군 사상교육 강화”를 위해 발행부수를 2배로 늘리라고 지시, 지금에 이르렀다.
북미 관계가 요동을 치면서 로동신문 몸값도 들썩이는 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국가지도자로선 처음으로 방북 하루 전인 지난 6월 19일 자 로동신문에, ‘중조친선’을 도모하자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로동신문’의 국내 독점배포권을 두고 한국의 두 통신사도 소송 등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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