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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위 “檢 사건 배당, 검사장 재량권 지나쳐” 절차 투명화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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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위 “檢 사건 배당, 검사장 재량권 지나쳐” 절차 투명화 권고

입력
2019.10.21 17:23
수정
2019.10.22 00: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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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불신 배경 작용… 지방검찰청 기준위 설치를”

검찰은 “재판과 달리 수사는 효율성 중요한데” 불만

김남준(오른쪽)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권고안을 발표한 뒤 이탄희 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남준(오른쪽)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권고안을 발표한 뒤 이탄희 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기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네 번째 권고안으로 검찰의 사건 배당 절차 투명화를 권고했다. 검사장 등의 재량으로 이뤄져 오던 그간의 관례에서 벗어나 각 청별로 사정에 맞는 기준을 만들고 그에 따른 절차에 맞춰 사건을 배당하라는 취지다.

개혁위는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정기회의를 가진 뒤 “각 지방검찰청 등에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 기준위원회(기준위)’를 즉시 설치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법관 등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라 사건을 무작위 전자배당하는 법원과 달리, 검찰은 대검찰청 내 비공개 예규에 따라 사건을 배당한다. 해당 예규는 검찰청의 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모두 직접배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등 임의적 배당을 허용하고 있다. 개혁위는 “사실상 기관장이 모든 사건의 주임검사를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다름 없다”며 “배당권자의 재량권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개혁위는 지나친 재량권과 불투명성이 검찰 단계에서의 전관예우 및 관선변호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관변호사나 외부인사의 영향을 받은 배당권자가 부탁 받은 사건을 자신의 의중에 맞게 처리해줄 검사에게 배당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검사ㆍ국회의원 등에 대한 사건 △사회의 이목을 끄는 중요 사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등에서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다.

객관적 기준 없는 사건 배당이 검사 길들이기나 검사 줄 세우기 등으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잇다. 부당한 지시나 요구에 불응한 검사에겐 구속사건이나 경찰송치사건만 집중 배당(폭탄배당)하고, 말 잘 듣는 검사에겐 사회적 주목을 받는 사건들만 반복적으로 배당하는 식이다. 이 같은 차별 배당은 근무실적에도 영향을 미쳐 인사평가가 부당하게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혁위는 이 같은 부작용을 막고 국민의 공정한 수사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객관적 기준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법원과 같은 기계적 방법 대신 검찰 사무처리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 기준위 설치를 권고했다. 기준위에는 각 검찰청에 민주적으로 선출된 직급별 검사대표, 일반직 검찰공무원 대표, 외부위원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권고안의 주무를 맡은 이탄희 위원(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은 “수사실무와 현행 배당제도 등의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다양한 검찰조직 구성원들이 주도해 각 검찰청의 사정에 맞데 배당기준을 정하라는 것”이라며 “외부위원은, 기업의 사외이사처럼 감시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이어 “기준위를 설치할 경우 △전관예우 불신을 차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검찰 내부의 과도한 상명하복 문화 △소수 일부 검사들에게 돌아가는 배당특혜 △배당차별을 통한 인사평가 왜곡 등을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개혁위가 검찰의 모든 일에 지나치게 적대적인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 또한 나름의 필요에 따라 기준을 가지고 배당을 하고 있음에도, 검찰의 재량을 모두 위법한 것으로 봐 지나치게 제약하려 한다는 것이다. 공정성이 최우선시 되어야 할 재판과 달리, 행정 작용인 수사는 효율성과 신속성에 큰 가치를 둬야 하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에 따른 사건 배당이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지방의 한 현직 부장검사는 “기본적으로 불구속 사건은 골고루 배당되고, 구속 사건의 경우 최대 20일 내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몰아줄 수가 없다”며 “특히 구속사건을 배당할 때는 배당주임이 차장검사실에 각 방별 구속현황표를 들고 들어가 사건 수를 조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검사라고 해서 다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1년차 10년차 15년차 등 연차도 제각각 인데다 능력도 다 다른데 어떻게 천편일률적인 기준을 가지고 할 수 있겠느냐”며 “우리 나름의 기준이 있는데 그저 다 틀렸다며 색안경을 끼고 보니 이를 ‘개혁’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한편 개혁위는 이날 직접수사부서 검사 인원을 부장 외 5명으로 제한하고, 증원시 원 소속검사 인원의 절반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대통령령 또는 법무부령에 규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검찰 직접수사부서 검사 인원 및 내부파견 제한 권고’고 함께 발표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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