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지도자 7명 靑 초청... “국론분열 책임 野에 돌려” 지적 나와 
문재인 대통령과 종교지도자들이 21일 청와대에서 오찬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통합의 노력을 했지만 진척이 없었다”고 21일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 공방으로 검찰개혁과 같은 국민적 공감대가 있던 사안에서마저 분열이 생기고 있다고 부연했다. 야당의 비협조적 태도로 개혁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보이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거취를 둘러싸고 격화한 사회 갈등의 책임을 야당에 돌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로 주요 종교지도자들을 초청해 진행한 오찬간담회에서 “(2017년 종교지도자를 모신 후) 2년 가까이 흘렀는데 국민 통합 면에서는 나름대로 협치를 위한 노력도 하고, 많은 분야에서 통합적인 정책을 시행하며 노력을 했다”고 언급한 뒤 “그러나 크게 진척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검찰개혁이라든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라든지,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국민들의 공감을 모으고 있던 사안들도 정치적인 공방으로 이어지며 국민들 사이에도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총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이런 정치적 갈등은 더 높아지고, 또 그 정치적 갈등은 곧바로 국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며 “국민 통합과 화합을 위해서 대통령인 저부터, 또 우리 정치 모두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역시 종교지도자들께서 더 큰 역할을 해 주셔야 하겠다는 그런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공정 가치 훼손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 전 장관 인사를 강행하면서 불거진 국론 분열 책임을 정치권, 특히 야권으로 돌린 것이란 비판을 불러왔다. 이창수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 분열이 ‘조국’으로 인해 촉발됐음에도 (공수처 설치와 검찰개혁 등) 관심 사항만 재차 강조할 뿐 이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대통령의 ‘남의 일 얘기’하는 듯한 모습에 국민들의 실망감은 한층 더 커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대신 국민 통합의 필요성은 강조했다. 이날 오찬에서 참석자들이 ‘정부가 국민 통합에 앞장서 국론을 한 곳에 모아야 한다’고 주문하자, 문 대통령은 “다양한 생각을 표출하는 것은 좋지만 관용의 정신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생각이 다양한 것은 그만큼 사회가 건강하다는 것으로,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이해하지 않고 증오ㆍ적대감을 증폭시키는 게 문제”라며 “이는 민주주의 위기라는 전 세계 국가의 공통 과제”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인 김성복 목사는 “일본의 수출규제 같은 외교 사안에 대해서도 국민 사이에 분열이 생기지 않게 정부가 앞장서 달라”며 “정부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갈등을 해소하는 단초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도 “다양한 색깔이 모여 아름다운 그림이 되고 다양한 악기가 모여 오케스트라가 되듯 나와 다른 것을 틀리다고 규정하지 말고 국론을 한곳으로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오찬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성복 공동대표, 김희중 의장,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김영근 성균관장, 송범두 천도교 교령 등 7명이 참석했다. 7대 종단 중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박우균 회장은 건강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2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에 나선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취임 후 네 번째이자, 지난해 11월 1일 이후 약 1년 만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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