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ㆍ샌더스 부유세 카드에 유명 경제학자들 가세 논쟁 치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조 바이든(왼쪽) 전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15일 오하이오주 웨스터빌에서 열린 방송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5,000만달러 이상 자산가에겐 보유 재산의 2%, 10억달러 이상엔 3%를 매년 부유세로 걷어 아동ㆍ보건ㆍ교육 복지 비용으로 쓰겠다.” (엘리자베스 워런)

“3,200만달러 이상 재산에 1%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걸로 시작해 100억달러 이상엔 8% 세율을 매기겠다.” (버니 샌더스)

2020년 미국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민주당 경선이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부의 분배’ 아이디어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선두권 후보인 워런ㆍ샌더스 상원의원이 최상위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부유세’ 카드를 꺼내들면서 후끈 달아오른 정책 경쟁은 장외의 유명 경제학자들까지 가세하며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21일 외신 등에 따르면 워런ㆍ샌더스 의원의 부유세 정책을 자문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의 에마뉘엘 새즈와 가브리엘 주크만 교수는 지난 15일 출간한 ‘불공정의 승리(The Triumph of Injustice)’를 통해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400가구에 부과된 평균 실효세율이 23%로 전체 미국인 평균 세율인 28%에 한참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미국 최상층이 ‘역진세(소득이 많을수록 더 적은 세금을 내는 상황)’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에서 부의 집중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며 “불평등을 해소하고 조세 정의를 회복하기 위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부유세에 날을 세우고 있다. 선두에 선 인물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다. 그는 18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 토론 상대인 새즈 교수의 면전에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서머스는 “내가 최고 부자 기업인이라면 부유세 부과를 피해 외국으로 기업을 옮기고 시민권을 포기하려 할 것”이라며 “세제 개편이 아니라, 역외 탈세나 돈세탁과 같은 부정행위에 전세계 국가가 공동 대응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새즈 교수는 “미국은 전세계적인 지도력이 있고 국외거주자에 대해서도 과세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불가능한 제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군소 후보들의 분배 정책 제안 가운데 경제학자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기업인 출신으로 경선에 뛰어든 앤드류 양의 부가가치세 부과와 기본소득 지급 제안이다. 양 후보는 신흥 정보기술(IT) 기업이 유효한 일자리를 줄이고 있기 때문에 이들 기업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18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매달 1,000달러씩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양을 거들고 나선 학자는 보수 성향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양의 제안이 워런 의원의 부유세보다 실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부유세는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고 근검 절약해 부를 저축하는 이들에게 벌을 주는 제도”라며 “이미 여러 나라에서 검증된 부가가치세가 더 현실성이 있다”고 밝혔다. 맨큐는 기본소득이 누구에게나 돈을 주기 때문에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프레임의 문제일 뿐, 결과적으로 고소득층에 과세해 저소득층에 돈을 지급하는 효과가 난다”고 옹호했다.

워런ㆍ샌더스 의원과 후보 1순위를 다투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장기 금융수익에 대한 과세율을 일반 급여 과세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최고 부유층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본수익에 대한 과세율을 올리면 자연스레 부의 재분배 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납세자들이 주식을 사고파는 거래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