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후에도 갈등과 분열이 여전한 상황에서 국민통합을 호소하며 종교 지도자들의 역할을 당부한 것이다. 하지만 ‘조국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한 진지한 성찰은 여전히 부족해 보이고 정치권 책임만 부각시키려다 보니 통합의 메시지가 공허하게 다가온다.
문 대통령은 종교 지도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국민통합을 위해 나름대로 협치를 위한 노력도 하고 많은 분야에서 그런 정책을 시행했지만 크게 진척이 없는 것 같다”며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국민들의 공감이 모아졌던 검찰개혁이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두고도 지금은 정치 공방이 이뤄지고 국민들 간에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불법적인 반칙이나 특권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제도 속에 내재된 불공정까지 해소해 달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인데도 구체적인 논의는 없이 정치적인 공방만 이뤄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공수처 설치 문제로 검찰개혁 논의가 지지부진한 데 대해 답답함을 토로한 것은 일견 이해가 된다. 찬성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수처 설치법 처리가 야당 반대로 진전이 없는 데다 이를 두고 여야 지지층 간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를 겪으며 국민들이 공정에 대해 어떤 요구를 하는지가 확인됐으니 법ㆍ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하는데 정치권이 이를 방기하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지적도 원칙적으로는 타당하다.
그러나 어제도 문 대통령에게서는 ‘조국 사태’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 정치권에 사회적 갈등의 책임부터 묻는 모습이 엿보여 답답하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조국 사태’로 국론이 분열된 데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정치적 반대파까지도 적극 포용하겠다는 다짐부터 하는 것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국정 최고책임자다운 모습일 것이다. 최근 문 대통령이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한다는 비판을 허투루 여겨선 안된다. 어제는 종교 지도자들과의 회동이었으니 문 대통령의 자성을 야당이 총선용 정치 공세에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도 대통령의 언급은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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