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찬 극 ‘스카팽’ 음악감독으로 관객 호평 
 14가지 악기로 배우 움직임 소리에 배경음악까지 연주 
[저작권 한국일보] 최근 전석 매진 행렬 속에 막을 내린 극 '스카팽'의 김요찬 음악감독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피리 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김 감독은 영상 디자인부터 음악감독, 기술감독 등으로 일하며 공연계 감초 역할을 해오고 있다. 고영권 기자

‘띠용~’ ‘촵!’ ‘뿌뿌엥’ ‘따다다란’ ‘똥딱!’

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연극 ‘스카팽’은 26일간 공연하며 관객 7,000여명을 모았다. 500여석인 명동예술극장 좌석 수를 감안하면 준수한 흥행 성과다. 관객을 끌어 모은 데는 ‘소리’가 한 몫했다. 상연시간 115분 동안 쉼 없이 배우 움직임과 상황 변화에 따라 독특한 효과음, 배경음악이 흘러 나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다종다양한 소리를 빚어낸 건 단 한 사람. 무대 왼편에서 수많은 악기에 둘러싸인 채 소리로 배우, 관객들과 호흡한 김요찬(41) 음악감독이었다.

‘스카팽’을 본 관객이라면 김 감독을 두고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저 사람은 배우일까 연주자일까.’ 그만큼 그는 관객 누구라도 꼽을 만한 무대 위 감초다. ‘스카팽’은 배우들의 움직임이 유난히 많고 대형 극이어서 볼거리가 다양하지만, 희극이면서 풍자극인 작품 의도는 김 감독의 연주로 비로소 완성된다. 김 감독은 무대 위 장면 변화에 따라 와인을 따라 마신다든가 입으로 바람 소리를 내는 연기도 한다. 최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만난 김 감독은 “(원작 소설인) 몰리에르의 ‘스카팽의 간계’를 보면 사실 단순한 소리와 동작으로 이뤄져 있지만 임도완 연출가의 ‘스카팽’은 만화 같은 효과를 더하기 위해 많은 악기를 동원했다”고 말했다.

김요찬 음악감독이 '스카팽' 무대 위에서 연주하고 있다. 국립극단 제공

음악감독이 직접 무대에 올라 악기를 연주하는 건 흔치 않다. 그래서인지 관객들의 눈이 배우보다 김 감독으로 향할 때가 적지 않았다. 그가 ‘스카팽’에서 연주했던 악기는 건반과 기타, 피리, 드럼 등 무려 14가지. 극중 인물 레앙드르(임준식)가 사선으로 올려 세운 머리카락을 따라 뛰어 올랐다가 내려앉을 때 나는 심벌즈 소리, 레앙드르와 하인 스카팽(이중현)이 총을 들고 우스꽝스럽게 대립할 때 흘러 나오는 소리 등이 현장에서 직접 연주된다. 배경 음악도 마이클 잭슨의 노래 ‘빌리진’부터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주제곡, 찬송가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든다. 김 김독은 “워낙 다양한 소리와 음악을 연주해야 하기에 공연 전 2시간 동안 손과 몸을 푼다”며 “평소엔 다양한 소리를 연구하기 위해 해외 유명 가수들의 공연을 챙겨 보고 이들의 악기 음색을 탐구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과 배우의 호흡은 치밀한 계산에서 나왔다. “임도완 연출가가 각 배우 캐릭터에 맞는 소리와 음악을 제안하면 제가 연주해보는 식으로 소리를 만들었죠. 배우들이 직접 분석해 온 대로 효과음을 넣어보기도 하고요. ’스카팽’에서 효과음은 마치 암호 같은 요소로도 작용했어요. 무대에서 배우들의 연기 템포가 빨라진다거나 극이 처진다고 생각할 때 짤막한 효과음을 내 흐름을 살려줬죠.” 배우 몸짓의 특징을 포착해 내는 감각 덕에 김 감독은 19년 전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단원이 됐다. ‘보이첵’과 ‘크리스토퍼 논란클럽’ 같이 움직임이 많은 극에 참여해 빛을 내 왔다.

김요찬(왼쪽) 음악감독은 '스카팽' 무대에서 14가지 악기를 홀로 연주했다. 국립극단 제공

연극계에서 김 감독은 장르를 넘나드는 ‘끼 많은’ 스태프로도 통한다. 2014년쯤 공연된 뮤지컬 ‘헤드윅’에서 주인공 헤드윅이 자신의 기구한 처지를 노래할 때 그의 뒤에 흐르는 애니메이션 영상이 김 감독의 손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무려 1,000장의 그림을 직접 그려 이어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슬로 라이프 슬로 라이브 뮤직페스티벌에 참여한 영국 유명 팝 가수 스팅의 내한 무대에서는 기술감독을 맡았다. 김 감독은 “한 역할만 하기엔 생계 유지가 쉽지 않아 시작한 일들이지만, 지금 와서 보니 일을 언제나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김요찬 음악감독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드럼 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올해 하반기에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원작으로 한 연극 ‘휴먼 푸가’(서울 남산예술센터)의 기술감독으로, 내년엔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키, 화이트큐브프로젝트 등의 음악ㆍ기술감독으로 유럽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스카팽’ 배우와 스태프들은 항상 공연 시작 전 ‘가자 프랑스!’라는 구호를 외쳤다”며 “작품이 국내 재연은 물론 원작이 탄생한 국가인 프랑스에서 공연되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고 바랐다. 그는 “이를 계기로 관객들이 무대 음악과 효과음의 맛과 중요성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