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째 반정부 시위를 이어간 홍콩 시위대의 분노가 친중국 상점과 점포로 향했다. 친중국 세력의 ‘백색 테러’가 잇따르자 시위대는 중국계 상점과 은행 등을 이전보다 더 과격하게 공격했다. 시위대가 샤오미(小米)와 제약업체 동인당(同仁堂) 등 중국계 기업 매장에 방화를 하는 것은 물론 지하철 등 공공시설에도 불을 놓으면서 시위가 또다시 폭력으로 얼룩졌다고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20일 오후 홍콩 시민 수만 명은 홍콩 최대 관광지인 몽콕, 오스틴 지역에서 경찰이 불허한 집회와 행진을 강행하면서 복면금지법 반대 등을 주장했다. 이들 시위대는 몽콕 지역에 있는 샤오미와 동인당 점포, 삼수이포 지역에 있는 중국초상은행 점포 등에 불을 지르며 극심한 반중 정서를 표출했다. 중국 본토인 소유 기업으로 알려진 베스트마트360, 유니소(Uniso) 점포 등도 타깃이 됐다. 특히 샤오미는 과거 중국 인민해방군의 고행을 상징(샤오미의 뜻은 좁쌀)하는 브랜드명으로 인해 여러 차례 방화의 표적이 되고 있다.
시위대는 이들 점포의 기물을 파손하고,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다”, “광복홍콩” 등의 구호를 적어 넣었다. 시위대는 몽콕역 등 지하철역 입구에도 방화했다. 시위대의 방화는 오후 3시부터 시작돼 8시간 이상 지속됐다.
시위대가 중국 기업의 매장을 집중 공격하자 경찰은 최루탄과 파란 염료를 섞은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 진압에 나섰다. 이날 시위로 몽콕역과 동침사추이역, 야우마테이역, 오스틴역, 침사추이역 등은 폐쇄돼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등 사실상 도시 기능이 마비됐고, 모스크 시설물도 염료 물대포로 인해 훼손됐다고 SCMP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SCMP는 현재 홍콩의 시위를 좌우하는 것이 ‘흑위병(黑衛兵)’이라는 독자 편지를 소개했다. 이는 문화혁명 당시 마오쩌둥(毛澤東)의 친위부대로, 반혁명 분자를 색출하는 데 앞장선 홍위병(紅衛兵)에 빗댄 말이다. 홍콩 시위대는 중국에 항의하는 의미로 검은 옷을 입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 독자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폭력을 용인하는 일종의 ‘파시즘’이 시위대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나는 그들을 흑위병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SCMP에 밝혔다.
그렇지만 SCMP는 “홍콩 시민 다수는 정부에 대한 믿음이 없어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며 “베이징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는 캐리 람 홍콩 행정부보다는 시위대를 더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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