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묵인 속 시리아 쿠르드족을 침공한 ‘술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핵무기를 보유할 뜻을 품었다. 러시아와 손을 잡고 민간용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방패 삼아 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핵 개발에 나섰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 중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리아 쿠르드족에 대한 공세에 앞서 지난 9월 집권 정의개발당(AKP) 회의에서 핵무기 개발에 대한 뜻을 숨기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몇몇 국가들은 핵탄두를 갖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서방의 방해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미 터키는 우라늄 저장소와 연구용 원자로 등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으로 전용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상태다. 올리 헤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고 감독관은 “터키는 핵 전문 지식을 쌓고 있으며 고품질 핵연료를 가지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헤이노넨 전 감독관은 “외국의 도움을 받는다면 터키는 4, 5년 안에 핵무기의 ‘임계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무기를 만드는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핵연료를 얻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정부는 러시아와 손을 잡고 건설 중인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핵무기용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터키와 러시아는 S-400 대공미사일 배치 등 최근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앞서 2018년 4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터키를 방문해 “지중해 연안에 200억달러 규모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터키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시도한 정황도 나왔다. 이란이 해 왔던 것처럼 민간용 원자력 발전소를 핑계 삼아 비밀리에 핵연료를 축적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독일 국방부 고위급 관료로 일했던 한스 뤼헤 박사는 “터키가 출처 불명의 상당수 원심분리기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터키의 원심분리기가 ‘파키스탄 핵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들 카디르 칸 박사와 연관이 있다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조사 결과도 이미 나온 바 있다.
전망은 엇갈린다.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터키가 이란의 전례를 따를 것이라고 수년간 말해 왔다”고 말했다. 터키가 어느 시점이든 핵무기를 가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반면 제시카 배넘 제임스마틴센터 연구원은 “에르도안은 핵무기 개발 발언으로 반미 세력을 아우르려 하는 것”이라면서 “에르도안 지지자들의 경제적 상황을 악화시키는 핵 개발을 밀고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터키와 대립하고 있는 쿠르드족은 휴전 조건을 맞추기 위한 철수에 나섰다. AFP 통신에 따르면 20일 시리아민주군(SDF) 소속 전투원들과 부상자들을 태운 차량 50여대가 라스알아인을 떠났다. 키노 가브리엘 SDF 대변인은 성명을 발표 “미국이 중재한 터키와의 군사작전 중단 합의의 일부로 우리는 모든 전사들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터키 국방부도 이 사실을 확인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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