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 의지 담긴 파격” 평가...“현장경험 부족” 우려도 

이마트가 행정고시 출신 유통 전문 컨설턴트를 새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했다. 외부 영입 인사가 대표를 맡은 건 이마트 창립 이후 처음이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사상 첫 분기 적자라는 최악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파격 인사라는 평가다.

신세계그룹은 강희석(50) 베인앤컴퍼니 소비재ㆍ유통 부문 파트너를 이마트 신임 대표로 임명했다고 21일 밝혔다. 강 신임 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10년 넘게 일한 공무원 출신이다. 200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고 이듬해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 코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서 10여년 간 이마트 컨설팅을 맡아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의 유통 트렌드를 연구하며 디지털 유통 전쟁에서 차별화한 사업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온ㆍ오프라인 유통 모두에 정통하고 미래 전략에 안목을 갖춘 적임자”라고 말했다.

강희석 신임 이마트 대표.

이마트를 비롯한 신세계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는 이명희 회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강 신임 대표 영입에는 정용진 부회장의 의사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의 인사나 사업 스타일은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으로 화제가 됐었다.

지난해 부티크호텔 ‘레스케이프’ 초대 총지배인에 미식 분야 파워블로거 출신인 김범수 상무를 선임했고,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와 전문점 ‘일렉트로마트’, 자체 브랜드 ‘노브랜드’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매장과 상품을 야심차게 도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실적이나 결과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리지만, 정 부회장식 파격이 신세계 내부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행시 출신 컨설턴트 영입의 파격 인사에 대해서도 신세계 안팎에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가장 큰 우려는 현장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컨설팅이나 연구로 접하는 유통업과 실제 현장은 차이가 크다”며 “지식과 경험의 괴리를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새 대표 체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신임 대표는 컨설팅을 통해 이마트를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실행보다는 방향 제시가 필요한 대표의 역할을 고려할 때 오히려 긍정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존 경험에 머물지 않는 혁신을 내놓을 거란 기대도 나온다.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 이마트 제공
서울 성동구 일렉트로마트 왕십리점. 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새 대표 선임과 함께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기존 상품본부를 그로서리(식료품) 본부와 비식품 본부로 이원화했다.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선식품 담당을 1담당과 2담당으로 재편했고, 고객서비스본부를 판매본부로 변경해 역할을 명확히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장 영업력을 강화하고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강 신임 대표는 전임 이갑수 대표보다 12살이나 젊다. 이번 인사가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따른 문책성이자,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세대교체의 의미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온라인 업체의 공세에 밀려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이마트를 위해 강 대표가 어떤 청사진을 내놓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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