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1일 유엔군사령부의 비무장지대(DMZ) 출입 통제권과 관련, “비(非)군사적 성격의 출입에 대해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의 종합국정감사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그동안 유엔사는 우리 정부가 국민 통행을 허가한 경우 관례적으로 자동 허가해 왔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군사분계선(MDL) 통행을 불허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하자 이렇게 답변했다.
앞서 지난해 8월 남북은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를 위해 MDL 북측 구간을 공동 조사하기로 했지만, 유엔사가 남측 인원과 열차의 MDL 통행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당시 북한의 비핵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과속’을 하고 있다는 미국의 불만이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유엔사는 올해 6월 강원 고성군 원형보존 감시초소(GP)에 대한 취재진의 출입도 불허했다. 천 의원은 이런 사례를 거론하며,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을 육로로 방문할 때 유엔사가 방문을 거부하면 무산될 수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정전협정 조항을 보면 (유엔사의) 허가권은 군사적 성질에 속한 것으로 한정돼 있다”며 “비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환경 조사나 문화재 조사, 감시초소(GP) 방문 등에 대한 허가권의 법적 근거가 조금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DMZ 출입 문제, MDL 통과 문제와 관련해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름대로 긴밀하게 협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유엔사와 의견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직접 인정하며 제도 보완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언급한 ‘DMZ 국제평화지대화’ 추진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먼저 유엔사와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정부가 DMZ 국제평화지대화와 관련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역사나 문화, 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기 위해서도 이 부분에 대한 유엔사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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