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최정이 대표 “100호점까지 늘려 입점 업체들의 확장을 도울 것”

음식점을 하려는 사람들이 식당을 차릴만한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을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공유 주방이다. 공유 주방은 공간과 각종 주방 시설을 빌려 주는 곳이다. 따라서 따로 장소를 빌려 주방 시설을 구입하지 않아도 공유 주방에서 요리를 하면 충분히 배달 전문 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공유 주방 분야에서 잘 나가는 신생(스타트업) 기업인 고스트키친을 임대업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정보통신(IT) 서비스다. 왜 그런지 이유를 고스트키친의 최정이 대표를 만나 들어 봤다.

최정이 고스트키친 대표의 원래 꿈은 교수였다. 그러나 그는 "교수의 꿈 대신 사업을 하면서 틀에 박힌 삶을 살지 않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고스트키친 제공

◇음식주문부터 배달까지 ‘발가락’으로 해결

고스트키친은 서울 강남의 삼성동과 강남역 인근에 총 40개 업체가 입점할 수 있는 공유 주방을 두 군데 운영하고 있다. 연말에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 3호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고스트키친은 단순히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IT 시스템을 이용해 배달 음식점을 운영할 때 매일 발생하는 주문 접수부터 전화 상담, 배달원 호출 등 각종 잡무에서 운영자를 해방시켜 줍니다. 운영자들은 오로지 주방에서 요리만 하면 됩니다.”

이를 위해 고스트키친은 ‘발가락’이라는 이름의 주문접수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발가락으로도 작동할 수 있을 만큼 쉽다는 뜻이에요.” 고스트키친의 공유 주방에 입점한 식당 운영자들은 태블릿으로 ‘발가락’에 연동된 ‘배달의 민족’ ‘부릉’ 등 각종 음식배달 서비스를 통해 들어온 주문을 받고 배달원을 호출한다.

뿐만 아니라 ‘발가락’에 쌓인 주문 자료들을 분석해 마케팅 방법을 제안하고 각종 통계 자료까지 제공한다. “예를 들어 새우튀김을 자주 시킨 사람이 다른 음식을 주문하면 서비스로 새우튀김을 제공해 차별화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거죠. 한마디로 배달식당에 필요한 마케팅 컨설팅을 제공합니다.”

여기 그치지 않고 고스트키친은 공유 주방 입점업체들을 위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까지 개발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ERP는 원료공급부터 자재관리, 운영비와 매출 등 회사 경영에 필요한 제반 사항들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판매 시점부터 주문 음식과 매출 자료 등을 자동 전산화하는 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POS)을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웹POS 시스템도 내년까지 만들어 ‘발가락’에서 제공할 계획입니다.”

최 대표는 이런 IT 시스템 때문에 공유 주방을 단순 임대업이 아닌 IT 서비스로 분류한다. “주방을 빌려주는 것은 서비스의 일부일 뿐입니다. 즉 공간은 도구 중 하나에요.”

고스트키친은 IT로 자동화하는 배달서비스까지 개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로 배달원들의 근무 태도와 신뢰도를 관리하는 시스템이에요. 궂은 날 배달하거나 많이 배달하면 포상을 주는 방식으로 배달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신뢰를 높일 생각입니다. 배달시스템도 내년까지 개발할 계획입니다. 그렇더라도 외부 배달업체들과 관계는 계속 유지할 겁니다.”

고스트키친이 운영하는 공유 주방의 경쟁력은 자체 개발한 IT 시스템 '발가락'에 있다. '발가락'은 주문 접수부터 고객 관리, 배달원 호출까지 음식점 운영에 필요한 것들을 지원한다. 고스트키친 제공

◇디빅스 플레이어 개발부터 식당 운영까지 다양한 도전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최 대표는 로봇공학으로 석사 과정을 밟던 중 선배 제의로 2000년에 전산보안장비업체를 창업했다. 2년간 운영한 첫 번째 회사는 벤처 거품이 꺼지며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다시 친구들과 두 번째 회사를 창업했다. 여기서 2004년 세계 최초로 인터넷에 연결해 동영상을 내려 받아 저장해 놓고 TV로 보는 개인용 멀티미디어기기인 디빅스 플레이어를 만들었다. 획기적인 제품 덕에 대형 업체와 제조권리(라이선스) 계약까지 맺었다.

이때 영상 분야의 신생업체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고 합류했다. 최 대표는 이 업체에서 고화질(HD) 방송을 수신해 녹화할 수 있는 개인용 영상저장장치(PVR)를 만들었다. 인터넷 연결기능까지 갖춘 이 제품은 호주 등지에서 150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잘 팔렸다.

그런데 이때 제동이 걸렸다. 다른 업체에서 영업비밀 침해로 고소를 한 것이다. 오랜 소송에 지친 회사는 결국 소송을 제기한 업체와 합의를 하고 배상금을 물어줬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독립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버드랜드를 만들었어요.”

버드랜드는 구글의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이용해 인터넷으로 TV를 볼 수 있는 스마트TV 개발이 목표였다. 스마트TV로 각종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 등 대형업체들이 스마트TV 개발에 뛰어들었고 스마트폰으로 TV를 보는 시대가 열리면서 이들의 꿈에 제동이 걸렸다. “모든 가전제품에 안드로이드가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은 맞았으나 스마트폰 때문에 꿈꿨던 스마트TV 세상은 오지 않았죠.”

그때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게임개발업체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이 우아한 형제들을 소개해 2014년에 회사를 옮겼다. 우아한 형제들에서 최 대표가 한 일은 전략과 신사업 개발이었다. 회를 배달하는 ‘배민 수산’과 음식까지 직접 만드는 ‘배민 키친’이 그의 작품이었다. 배민 수산은 지금의 배달의 민족을 상징하는 음식 배달 서비스인 ‘배민 라이더스’로 확대됐다.

고스트키친은 입점 업체들의 확장을 돕기 위해 공유 주방을 100호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고스트키친 제공

◇”100개의 공유 주방을 내는 것이 목표”

배민 키친은 최 대표가 고스트키친을 창업하는 계기가 됐다. “컨테이너 상자에 주방 시설을 갖추고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영국의 스타트업 딜리버루 기사를 읽고 영감을 얻었어요. 딜리버루는 공유 주방의 효시였죠. 딜리버루를 토대로 배민 키친을 제안했고 이를 확대하기 위해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죠.”

최 대표는 배달의 민족을 그만두고 고스트키친을 창업하기 전에 배달음식 전문 식당을 차려 2년간 운영했다. 새로 하려는 사업이 시장에서 필요한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배달의 민족에서 중요한 사실을 배웠어요. 사업을 하려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순서대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동안 만들었던 회사들은 거꾸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선택한 뒤 소비자들이 좋아하기를 바랬죠. 어리석은 접근이었어요.”

최 대표가 서울 논현동에 차린 돈까스, 카레, 일식과 파스타 등 4개 상표의 배달음식을 취급하는 식당은 월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요리사만 11명이었다. 일이 몰리면 그가 직접 배달을 했다. “이때 음식점도 시장을 키우려면 아마존 물류창고 같은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혁신은 과거의 방법을 부정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겁니다. 즉 원래 그런 것은 없다는 거죠.”

고스트키친이 강조한 혁신은 IT 시스템과 공동 시설로 식당들의 창업 비용을 줄이고 확장을 용이하게 해서 이익을 내도록 돕는 것이다. 최 대표는 이를 공유 주방의 장점으로 봤다.

그만큼 고스트키친은 앞으로 공유 주방을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124억원의 투자를 받아서 우선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2021년까지 서울에 100개 공유 주방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100호점까지 늘리면 서울에서 3㎞ 간격으로 고스트키친 주방이 들어섭니다. 입점 업체들이 각 지점에 추가로 주방을 빌려 서울 대부분의 지역에 배달할 수 있죠. 이것이 고스트키친이 생각하는 공유 주방 입점 업체들의 확장을 돕는 방법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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