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폭력배 후배에 폭행당해 부상… 재개발 불만 때문?
‘100년 집창촌(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이곳에 기생한 폭력배,성매매여성 등을 상대로 한 이들의 갈취, 단속 공무원에 대한 상납과 유착 등 추악한 민낯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최근엔 무소불위로 군림해 온 ‘자갈마당 대통령’이 수많은 하객들이 지켜보는 결혼식장에서 후배 폭력배에게 폭행을 당했다. 자갈마당 재개발 과정에 불거진 갈등 때문으로 알려진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는 폭력세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복수의 목격자들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대구 수성구 한 호텔 로비에서 ‘달성동파’ 전 두목인 A씨가 B씨로부터 맞아 눈 두덩이 터지는 등 상처를 입었다. A씨는 자갈마당에서 업주들 사이에 무소불위의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다. 달성동파는 대구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을 주무대로 한 폭력조직이다. 자갈마당과 흥망성쇠를 같이 해 왔다.
이날 사태는 지인 결혼식에 참석한 B씨가 A씨에게 자갈마당 재개발건과 관련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시비가 붙었고, 화가 난 A씨가 먼저 주먹을 날리면서 시작했다. 폭발한 B씨도 A씨를 정통으로 가격했다. 당시 주변에는 많은 하객들이 폭력사태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A씨는 자갈마당 일대 재개발과 관련, 부지매입 및 철거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B씨는 A씨와 오래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으며, 재개발 과정에 사이가 더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 둘은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식장 내 폐쇄회로TV(CCTV)를 확보해 분석하는 한편 목격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해 엄중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자갈마당은 1908년 을사늑약 이후 진출한 일본인들에 의해 설치된 성매매 집결지다. 국내 3대 ‘집창촌’ 중 마지막으로 남은 곳이다. 인접한 연초제조창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폐쇄논의가 본격화했다. 대구시는 2016년 말 성매매피해자 등의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 종사자들의 재활을 지원하고 있다.
시행사인 도원개발은 이곳에 5개동 최고 49층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아파트 886가구, 오피스텔 256가구 총 1,142가구 규모다. 지난 5월 사업승인을 받은 시행사는 95.5%의 토지 소유권을 확보했다. 남은 6필지는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1월쯤 1심 선고가 날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는 선고결과를 토대로 행정절차를 거쳐 올해 안으로 분양한다는 복안이다. 입주는 2023년으로 예정하고 있다.
이번 폭력사태는 보상금을 둘러싼 갈등이 주원인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올해 초부터 표면화한 성매매업주(포주)들의 반발과 경찰 유착의혹 폭로, 진정, 고소, 고발도 성매매업주와 폭력배들간 갈등이 그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5월 일부 업주들은 단속 경찰에 대한 상납과 금품향응을 제공했다며 해당 경찰관 실명까지 공개했다. 최근에는 성매매를 하다 경찰단속에 걸려 재판 중인 한 업주가 지난 5월 실명이 드러난 경찰관 중 한 명이 ‘보호’를 미끼로 상납은 물론 성추행까지 했다고 고소하기도 했다. 이 업주는 지난 2월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다 단속됐다. 최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성매매알선 등의 죄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또 이 업주와 다른 사람 명의로 된 전세금과 토지, 건물, 예금 등 13억여원(추정) 상당의 재산도 몰수했다. 일각에선 폐쇄가 임박한 자갈마당에서 업주가 단속된 데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단속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가 몰수한 부동산 중에는 시행사 측이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한 것도 포함돼 있어 분양일정에도 일부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찰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국정감사에서도 수사부진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하겠다”며 “구체적 진술이나 물증이 부족해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구체적인 수사상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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