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가까이 전수된 발물레에 선조들의 정신과 땀이 담겨 있습니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 진안리 영남요에서 조선 도자기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김경식(52) 도예가. 영남요 8대 도공인 그에게 가보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발물레다. 연말까지 외국인 가족과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사기장과 함께하는 도예 문화교실’을 연다. 김 도예가는 “영화 ‘사랑과 영혼’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발물레로 작업을 하다보면 도자기와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든다”며 “손쉬운 전기 물레를 거부하고 발물레 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전통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남요 발물레는 조선 영조 때인 18세기 초반에 등장했다. 1730년 1대 도공인 김취정 선생부터 이어진 발물레는 김 도예가의 부친인 7대 도공 김정옥(78) 사기장이 1990년대 초반까지 사용했다. 그 후로 새 발물레를 제작해 김 도예가의 아들인 9대 도공 김지훈(25)씨까지 전통을 지키고 있다.
1대 김취정 할아버지가 사용했던 발물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달나무 재질로 만든 높이 55㎝의 물레는 현재 영남요 전수관에 전시 중이다. 김 도예가는 “선조들이 가마터를 옮길 때마다 가장 먼저 챙긴 것이 발물레”며 “발물레를 물려받는 것은 도예를 잇는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김 도예가는 2013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발물레로 만든 달항아리를 출품해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기물레가 대세다. 발물레는 온몸을 써야 하지만 전기물레는 상체만 움직여도 도자기를 만들 수 있다. 김 도예가는 “발물레의 작업강도가 전기물레의 2배는 되지만 도자기가 도공과 한 몸이라는 느낌은 발물레에서만 나온다”며 “발물레 문화재 지정이 이뤄지면 우리 도예사에 큰 획을 긋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9대에 걸쳐 발물레를 후대에 전하는 작업이 숙명이라고 말한다. “가장 한국적인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는 방법부터 전통적이어야 한다. 기계도 따라잡을 수 없는 발물레 기술은 몸으로 익히는 것이 최고”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도예가는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 도공이 발물레를 돌리는 모습은 영남요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통 도예를 전승하는데 남은 인생을 걸겠다”고 말했다.
문경=글ᆞ사진 추종호 기자 c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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