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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ㆍ경찰·지자체·보호기관… 5세 의붓아들 구할 기회 5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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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ㆍ경찰·지자체·보호기관… 5세 의붓아들 구할 기회 5번 있었다”

입력
2019.10.21 10:23
수정
2019.10.22 00:4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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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20대 계부의 아이 학대ㆍ살해… 김상희 의원, 사건일지 분석 비판

5세 의붓아들을 2주간 마구 때리고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부 A씨가 7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인천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5세 의붓아들을 2주간 마구 때리고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부 A씨가 7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인천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계부가 5세 의붓아들을 때리고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법원과 경찰, 지방자치단체,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미온적으로 대처해 막을 수 있는 참극을 막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상희(경기 부천시소사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아동학대로 3차례나 신고되고 가정폭력까지 있었던 가정이었지만 피해아동은 다시 가해자인 계부 품으로 돌아가 사망했다”라며 “사건일지를 구성해 본 결과 참극을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최소한 다섯 번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참극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판단한 시점은 △계부가 피해아동에 대한 접근금지를 위반했을 때 △피해아동 보호명령이 만료됐을 때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피해아동 가정 복귀 결정을 내렸을 때 △피해아동이 보육원을 퇴소했을 때 △피해아동이 가정에 복귀한 직후 등이다.

사건일지에 따르면 인천가정법원은 지난해 7월 16일 A(5)군에 대해 1년간 보호 명령을 내렸다. 계부 이모(26)씨의 접근을 막은 것이다.

그러나 이씨는 같은 해 8월 6일 친모 B(24)씨와 함께 A군이 있는 보육원에 찾아가 면회를 하겠다며 폭언과 위협을 가했다. 당시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이 법 위반 여부를 문의했으나 법원은 “보호 명령을 위반했을 때 경찰 신고를 통해 접수하면 새로운 사건으로 진행될 것”이라고만 안내했다. 같은 해 9월 15일 이씨의 보육원 무단 접근이 재차 발생했고 아보전은 112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접근 금지를 위반하면 안 된다”는 구두경고만 했다.

김 의원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보호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하도록 했다”라며 “법원과 경찰이 법에 따라 조치했다면 참극은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올해 7월 15일 만료된 A군에 대한 보호 명령이 연장됐다면 참극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보육원은 이씨의 접근 금지 위반 사례와 폭력적 성향 등을 고려해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나 법원과 A군의 국선변호인은 보호 명령 연장을 직권으로 하거나 연장 청구를 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보호 명령은 1년까지만 허용하나 판사 직권 또는 변호사 청구에 의해 연장이 가능하다.

김 의원은 “법원은 계부가 보호 명령을 위반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고 아보전으로부터 아동 학대 재발생 위험성 등에 대한 의견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권 연장을 안 했다”라며 “아보전이 문의까지 했지만 법원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8월 13일 친모 B씨가 A군의 가정 복귀를 신청한 뒤에도 각 기관들 조치와 대처는 미흡했다.

아보전은 같은 달 21일 피해아동 가정복귀 의견서를 미추홀구에 내면서 “재학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향후 상담 등을 약속했다”며 사실상 시설 퇴소를 요청했다. 이 의견서에는 이씨가 접근 금지 명령을 어기고 보육원 관계자에게 폭언과 위협을 가했다는 사실은 빠져 있었다. 미추홀구는 같은 달 28일 법에서 정한 아동복지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고 아보전의 의견서를 근거로 시설 퇴소를 최종 결정했다.

김 의원은 “아동복지심의위가 열려 전문가 중 한 사람이라도 퇴소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면 퇴소가 일사천리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씨는 A군이 가정에 복귀하자마자 심리 치료와 부모교육을 전면 중단했는데, 아보전은 제재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전화통화만 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가정 복귀 아동에 대해 사후 관리를 하도록 했으나 구체적인 사항은 명시돼 있지 않다.

김 의원은 “만 5세 아이가 계부에게 맞아서 사망하기까지 법원도, 경찰도, 지자체도,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라며 “더 이상 끔직한 참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번 사건부터 보고서를 작성하고 제도의 허점을 찾아내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살인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상습특수상해,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지난달 11일 오후 11시부터 같은 달 26일 오후까지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 자택에서 A군을 손과 발을 묶거나 화장실에 가둔 채 마구 때리고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2017년 A군과 둘째 의붓아들(4)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기도 했다. A군 등은 2017년 3월 보육원으로 옮겨져 최근까지 지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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